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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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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설] ‘러너스 하이’로 즐거운 하루를

등록 2005-11-24 00:00 수정 2020-05-02 04:24

▣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박용설(53)씨는 원래 ‘금융맨’이었다. 누적된 직장 스트레스로 위궤양이 시작된 게 1990년. 점점 악화되면서 출퇴근이 어려워졌고, 의사들은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운동을 권했다. 하지만, 등산도 헬스클럽도 별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가 10여 년 전 집 앞의 일산 호수공원(경기도 고양시) 주변을 뛰기 시작했는데, 1여 년이 지나자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 그는 마라톤에 푹 빠졌다.

하지만 과도한 운동은 부작용을 낳는 법. 근육 손상으로 마라톤을 멈춰야했다. “병원도 정확한 원인을 모르더군요. 치료비로 1천만원을 날렸죠.” 정신적 공황에 빠진 그는 정신과 문을 두드리기에 이른다. “의사 선생님이 다시 뛰어보라고 권유하시더군요. 다행히 상태가 호전됐습니다.” 그는 다시 청년의 심장 박동 수를 회복했다. 그리고 2003년에는 아예 마라톤을 업으로 삼고 서울 망원동에 ‘런너스 클럽’을 차렸다. 전국 7곳에 지점이 있는 마라톤 용품 전문 매장이다.

“제일 중요한 건 편안하게 뛰는 겁니다.” 엉덩이를 앞으로 넣고 가슴을 열고 시선을 멀리 보면서 몸에서 힘을 빼면 약간 앞으로 몸이 쏠리는데, 그 중력을 이용하면 편안하게 뛸 수 있다. 이 주법으로 그도 매주 70km를 소화한다. ‘발에 맞는 신발’도 중요하단다. “얇고 가볍고 쿠션이 없는 마라톤화는 전문가용이라 몸에 탄력이 없는 초보자들에게 적합하지 않습니다. 무릎에 무리가 가죠.” 치수는 구두 치수보다 10~15mm 큰 것을 고르고, 발폭과 발높이, 아치(발바닥 가운데 뜬 부분)의 높이도 고려해야 한다. “너무 조이거나 헐거우면 물집이 생겨요. 남·여 각 세 가지씩 발폭 사이즈가 다르게 기성품이 구비돼 있으니 양볼을 눌러보고 발폭에 맞는 신발을 고르세요.”

한 발을 항상 땅에 딛는 ‘걷기’에 비해 공중에 두 발이 동시에 뜨는 ‘뛰기’는 심장과 폐의 강화에 더 좋다. “무엇보다 러너스 하이(runners’ high)가 주는 상쾌함이 대단하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습니다.” 중간 강도의 운동을 30분 이상 지속했을 때 느껴지는 행복감은 마약과 같은 약물을 투여했을 때 나타나는 느낌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뛰는 건 인간의 본능적 욕구입니다. 한두 달 걷기를 하여 근육을 강화한 뒤 자연스럽게 달리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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