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황자혜 전문위원 jahye@hanmail.net
소설 <빙점>으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작가 고 미우라 아야코의 남편으로, 일본 전역 팬들의 성금으로 세워진 ‘미우라 아야코 문학기념관’(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 소재) 관장이기도 한 미우라 미쓰요(81). 결핵에 척추골양까지 합병돼 누운 채로 지내야 했던 아야코의 투병생활이 8년째 되던 해 첫 문병으로 만나, 다시 설 수 있게 된 5년 뒤에 결혼했다. 아야코의 96권 작품에 사랑과 평화의 숨결을 함께 불어넣었던 혼신의 반려자다.
그가 회고하는 생전의 아야코는 일제의 군국주의적 침략전쟁에 동조했다는 죄책감에 “한국에 가게 된다면 뻔뻔하게 가슴을 펴고 다닐 수 없을 것”이라며 고뇌했다. 전쟁으로 상처받은 영혼의 생애와 작품에 대해, 이제는 그가 여든의 몸으로 해외와 국내를 통틀어 1년에 100회 이상의 강연회를 뛰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교과서 왜곡과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한-일 양국의 문제가 첨예화된 시점에, 아내의 유작 <총구>가 일본의 ‘청년극장’에 의해 무대에 올려져 한국 전국 순회공연이 단행되는 것을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사실 그는 지난달 연극 <총구> 서울 공연 첫날에 다녀갔다. 당시 <홋카이도신문> 서울 주재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무릎을 꿇고 사죄해야 한다”는 기사가 홋카이도에 전해지자, 공연 홍보를 위해 자택에 붙여진 연극 포스터는 우익의 손에 의해 갈갈이 찢겨나갔다.
그러나 그는 11월6일 다시금 한국을 찾았다. 그것도 입동의 시린 바람, 시리게 푸른 하늘의 빛고을 광주에. <총구> 공연에 앞선 기자회견을 위해서. 그는 회견 전에 가장 먼저 11·3 광주학생운동탑과 5·18 광주민중항쟁의 묘역을 찾아 청년극장 한국공연단원 전원과 헌화했다. “귀중한 목슴으로 지켜낸 한국 민주화에 대해 한국의 시민과 젊은이들은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면서 “더 이상 인간이 인간에게 총구를 들이대는 일이 없도록, 국가와 국가 간의 전쟁이 없는, 무기를 버리는 그날이 실현되기를” 빌었다.
미우라 아야코의 팬이라며 들려준 광주 어머니들의 장고 가락에 맞춘 <아리랑>의 노래에, 그는 이웃집 할아버지의 정겨운 미소로 “노을녘의 고추잠자리, 등에 업혀 보던 때가 언제였던가”라는 일본 동요 <고추잠자리>의 한 소절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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