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크푸르트=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학술담당 기자 틸만 슈프레켈젠은 한국 마니아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주빈국관에서 만난 그는 기자에게 명함을 내밀며 인사를 건넸다. 이제 한국의 명함 문화에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한국의 책 100권’을 비판하는 주간지 <벨트 암 존타크>(Welt am Sonntag) 기사에 대한 반박기사를 써서 한국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한국 마니아가 된 것은 올 6월, 한국조직위원회(KOSAF)에서 주최한 독일 언론인 한국 투어 이후다. 해인사의 팔만대장경과 38선을 보고 황석영·김영하·이승우 작가를 만나면서 한국의 활력에 취했다. 그는 투어의 ‘효율성’에 큰 감동을 받았다. 일정이 꽉 차 있었는데도 투어 중간에 갑자기 부탁하자 들어줬다. 그래서 일정에 없던 서울도서전을 구경할 수 있었다!
한국에 다녀온 뒤 한국 문학을 본격적으로 읽었다. 그전에 황석영, 이문열, 김영하의 소설을 접하기는 했다. 이청준의 <옹고집이 기가 막혀>, 이승우의 <미궁에 대한 추측> 등 독일어로 나온 한국 소설을 섭렵했다. 박경리의 <토지>도 읽기 시작했는데 번역이 느려 은퇴 뒤에나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3주 전에 책을 하나 펴냈다. 아들을 낳은 뒤 ‘문학에서의 아버지의 이미지’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그 주제를 다룬 단편소설들을 <나의 아버지 나의 영웅>이라는 제목으로 묶었다. 3년 전에 기획된 것이라 한국 소설은 없다. 만약 지금 그 책을 다시 만든다면 그는 이승우의 소설도 포함시킬 것이다. 애정이 폭력으로 결론나고, 그 뒤에 놀라운 사실이 숨어 있는 아버지와 소년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인상적이었다.
한국 문학은 지금 독일에서 큰 화제다. <디 차이트>에 기고를 한 황석영은 문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름을 알 정도가 되었다. 그는 한국 작가들이 조금씩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를 바란다. “한국 작가들조차도 한국 문학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 것 같아요. 한국 문학은 고급 문학입니다. 매우 훌륭하다는 것을 한국인도 알았으면 합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이승우의 단편집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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