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중학교 때였다. 당시에는 전세계 라디오 방송을 바로 들을 수 있는 단파 라디오가 유행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방송을 들었다. 남쪽이 생지옥이라고 했다. 우연히 대한민국 방송도 들었다. 역시 북쪽이 생지옥이라고 했다. 두 나라가 분단됐는지도 몰랐던 때였다. 그럼에도 두 나라가 한목소리를 내는 게 있었다. ‘통일은 꼭 해야 한다’와 ‘일본은 나쁜 나라다’는 것이었다.
일본 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발행부수 35만 이상의 일간지)의 외신부 기자인 오모가와 마코토(41)가 한반도에 관심을 둔 배경은 자못 흥미롭다. 일본 전후세대로서 그가 두개의 한국을 하나의 테두리로 묶어서 이해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는지도 모른다. 결국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도쿄에 위치한 전문 법과대학인 호세이대학(한국말로는 ‘법정대학’이라는 뜻임)에 들어갔다가 한반도에 관한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국립도쿄외대 조선어학과로 옮기게 된다. 졸업 뒤에 <아카하타>의 한반도 전문 기자로 일하게 된 그는 1994년 이후 한국에서 일어난 주요 이슈들을 기사로 다뤘다.
월드컵이나 탄핵 사건 같은 ‘큰 일’이 있을 때마다 그는 짧게는 몇주에서 길게는 몇달 동안 서울에서 머물렀다. 완벽한 한국어 구사를 위해 94년엔 서울 연세대 외국어학당에서 1년 동안 한국어를 배우기도 했다. 그가 한국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궁금증은 “한국에서는 왜 ‘반공’과 ‘반일’에 대한 문제제기가 없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는 사실 한국 사회가 금기시하는 두 가지 모두를 지녔다. ‘공산당 기관지에서 일하는 일본인 기자’라는 정체성 탓에 그는 최악의 취재 환경을 견뎌내야 했다. 그래도 그는 “다이내믹한 한국의 변화를 보면서 신나게 취재했다”면서 “기자로서는 약간 힘들어도 한국 사회에 기분 좋은 변화들이 계속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최근 일본에서 책을 펴냈다. 월드컵과 탄핵을 취재하면서 시청 앞과 광화문을 누볐던 행복한 기억을 되살린 <변화하는 한국>(신니혼출판사 펴냄)이라는 책이다. 책 속에는 남북 관계를 비롯해 한-일 관계, 한-미 관계 등 10년 동안의 취재 경험이 오롯이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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