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뚫리는 대로 북으로 올라갈 거예요. 통일열차를 타고 음악회를 열면서 말이죠.”
8월18, 19일 다소 삭막한 도라산역사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음악회가 열렸다. 18일에는 국내 정상급 솔리스트들로 짜인 게누인 앙상블, 콘트라베이스 4중주팀인 앙상블 도미넌트 등이, 19일에는 색소폰 4중주팀인 서울 색소폰 콰르텟, 소프라노 오은경 등이 무대에 올랐다. 북한산 스톡하우젠 피아노가 처음 선보인 이 공연에는 귀에 익은 클래식 명곡 외에도 평소에 접하기 힘든 북한 음악이 많이 흘러나와 귀를 사로잡았다. 음악회 수익금은 모두 북한 어린이들에게 피리를 사 보내는 데 쓰인다. 그래서 음악회 제목도 사랑의 피리 보내기 ‘통일열차 음악회’다. 그는 하루 10량씩의 열차를 빌려 청중들을 음악회장로 실어날랐다.
도라산은 남쪽 최북단 역이자, 남북 화해의 기념비적 장소다. 이 음악회를 주최한 임미정(41) 남북음악교류재단 대표(울산대 음대 교수)는 “앞으로 남북 철도가 이어지는 대로 개성, 평양, 신의주 등에서 열차음악회를 열 작정”이란다. 지난 5월 설립한 남북음악교류재단의 상임이사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북한에 음악 교육 교재 지원 외 인민학교 어린이 합주단 구성, 남북 공동 민요·동요 발굴, 남북 어린이 음악경연대회 등 그야말로 음악으로 북한과 소통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자세다. “삶의 철학이나 시대의 가치가 달라져도 음악은 변치 않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을 하나로 묶는 일에 음악은 언제나 빛을 냅니다. 음악의 씨앗이 먼저 가까운 곳 북한에서 싹을 틔우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임 대표는 여전히 ‘잘나가는’ 피아니스트다. 1997년에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산 안토니오 국제피아노콩쿠르에 나가 우승을 거머쥐었다. “비교할 수 없는 음악성과 뛰어난 테크닉을 갖췄으며, 음악의 중심을 끌어낼 줄 알고 내면의 소리로 관중과 대화할 줄 아는 피아니스트”라는 호평이 따랐다. 그런 그가 몇년 전부터 북쪽과의 음악교류 사업에 빠져 헤어날 줄을 모른다. 지난 2000년부터 여러 차례 방북해 조선국립교향악단 등과 처음으로 협연하기도 했다. 그는 “인위적인 교류가 필요 없는 시간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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