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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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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로티] 독일 할머니의 한글 도전

등록 2005-07-22 00:00 수정 2020-05-03 04:24

▣ 슈트트가르트=글·사진 한귀용 전문위원 ariguiyong@hotmail.com

“한국 며느리가 최고예요.” 모니카 로티(62)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사는 평범한 독일 할머니다. 한국이 어디 있는지도 잘 몰랐던 그는 둘째아들인 파트릭(31)이 한국인과 결혼을 하게 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됐다. 어느 덧 그는 한국말, 한국 문화, 한국 음식에 깊은 사랑을 가진 ‘한국 마니아’가 되고 있다.
모니카 로티 할머니는 한글학교의 모범생이다. 슈투트가르트 한글학교는 독일인과 한인 2세의 한글 공부를 위해 교민들이 설립한 학교로, 슈투트가르트에서 유일하게 한글을 배울 수 있는 곳이며 토요일마다 2시간씩 수업을 한다. 친구와의 약속이 토요일에 잡히면 그 친구를 데리고 수업에 참가하는 그는 2년째 결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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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을 전공하고 통역일을 해서인지 항상 다른 언어에 관심이 많았어요. 아시아 언어 하나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파트릭이 대학교에서 한국 여자친구를 사귀고 우리 집에 한국 며느리가 들어오게 되면서 ‘한국어’로 결정했죠. 며느리와 친해지려면, 언어를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적극적인 방법으로 며느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시어머니다. 한국 며느리 김예진(가명·29)씨는 가족간에 화목을 도모하며 잘 웃는다며 칭찬이 이어진다.

“1주일에 서너번은 컴퓨터 한글 학습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집에서 자습을 해요. 문법이 까다롭고 변화가 많고, 존칭어와 낮춤말이 어려워서 독일 사람에게 한국말은 어렵습니다." 독일인 특유의 성실함이 몸에 밴 모니카의 향학열은 뜨겁다. “잡지명이 어떻게 되나요"라는 그의 말에 <한겨레21>을 써주자, 어려움 없이 “한겨레21"이라고 발음한다. 내년엔 온 가족이 한국을 방문해서 방방 곡곡 여행을 하며 한국을 배울 예정이다. 물론 한국어 실력도 발휘하려 한다.

“한국인은 잔치하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한글학교에서도 항상 뭔가 축하할 일이 생기더군요. 한국인은 친절하고 타인을 편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김치를 좋아한다는 독일 할머니. 새 언어를 배우기에는 약간(?) 늦었다는 생각이 드는 나이에도 과감하게 전혀 생소한 언어에 도전한 용감한 독일 할머니 모니카에게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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