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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한-일 직업병의 연대를 위하여

등록 2005-07-14 00:00 수정 2020-05-02 04:24

▣ 도쿄=황자혜 전문위원 jahye@hanmail.net


‘근골격계 질환’을 아시나요? 뻐근함과 결림, 힘을 줄 수 없는데다 요통까지, 주변에선 꾀병이 아니냐지만 자신은 ‘장난 아니게’ 고통스럽다. 한국에서는 1993년 2건이 산업재해로 승인된 이후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제조업에서 전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는 과로성 직업성 질환이다. 이 분야의 일본 최고 권위자 와타나베 야스유키(65)씨는 지난 6월19일, 일본 도쿄에 이 분야의 한국 연구자인 녹색병원 ‘원진노동환경연구소’ 근골격계팀장 임상혁 연구원과 ‘건강한 노동세상’ 대표인 인천대 김철홍 교수를 초청해 ‘근골격계 질환 한-일 교류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심포지엄은 와타나베씨가 올해 3월 내한해 한국의 상황 등 의견을 교환하고 나서 의욕적으로 추진한 한-일 직업병 대책 시민연대운동의 중간 성과물이다.

와타나베 선생은 평생을 일본의 의료 민주화 운동 현장에서 헌신해왔다. 그는 “병원이 의료 분야에서 차별받아온 직업병 환자와 빈곤한 노령층 환자에게서 등을 돌려서는 민주의료 확립이란 불가능하다”는 신념으로 일해왔다. 그는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도쿄의 시바병원 원장직에서 정년퇴임한 뒤 노동재해 전문 신코이와 와타나베 클리닉을 개원했다. 이 병원은 인터넷에서 ‘경견완증후군’이나 ‘근골격계 질환’ 등의 단어로 검색하면 제일 먼저 뜬다. 그래서 많은 환자들이 일본 전역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그는 일주일 내내 진료와 왕진으로 분주하다. “근골격계 질환 환자는 극심한 신자유주의 경쟁논리 아래 과도한 노동강도, 부적절한 작업환경으로 쌓이게 되는 작업피로 때문에 발생한다. 한국에서도 증가 추세다. 일본의 경험을 한국의 젊은 연구자들과 공유하고, 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시민 차원의 한-일 교류를 계속하고 싶다.”

그가 근골격계 질환 환자를 만나는 진찰실은 사회 민주화를 향해 나아가는 출발점이다. 의사는 진찰실에서 승부하지만 환자가 놓인 현실에 대한 따뜻한 상상력을 지녀야 한다. 그는 “이렇게 자기 주변의 민주화를 의식하면서 맡은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해나가면, 반드시 사회 전체 민주화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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