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야수의 심정’으로 쏜 심복의 총탄에 쓰러진 ‘유신의 심장’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25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신화의 주인공처럼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다. 끼니 걱정 않는 나라를 만든 근대화의 기수로,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43살의 한 화백이 2005년 5월, 유령 박정희를 다시 쐈다. “선생들은 학생의 머리에 바리캉 고속도로를 내고, 코미디언 김진철이 후배에게 줄빠따를 때린다. 30년전 유신의 잔재는 현재형으로 우리 곁에 살아 있다. 우리는 아직 박정희를 극복 못했고, 그는 살아 있는 것이다. 그가 키운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가 저지른 5·18 광주학살은 발포 명령자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나는 이것에 분노했고, 사명감으로 일을 했다.”
현재 <서울신문> 만평을 그리는 백무현 화백. 그는 ‘사명감’을 유난히 강조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등 진보적 연구단체, 친일 문제 연구자를 만나 밤샘 토론을 거듭했고, 지난 1년 동안 박정희와 관련된 40여권의 책을 섭렵했다. 그 결실로 5월16일 <만화 박정희>를 내놓았다.
만화 속에서 박정희는 생생하게 재평가됐다. 일제에 ‘진충보국, 멸사봉공’의 혈서를 쓰고 만주국 군관학교에 입학한 일본군 소위 다카기 마사오, 남조선노동당 군사조직 책임자로 동지인 남로당 세포조직 군인들의 이름을 넘겨준 변절자 박정희 소령, 4·19 민중 혁명의 피를 딛고 일어선 쿠데타의 원조 박정희 소장, 권좌의 안녕을 위해 군부 안에 사조직 하나회를 키워 79년 12·12 쿠데타의 씨앗을 뿌린 박정희 대통령, 고문과 납치 인권유린을 일삼는 유신의 심장 박정희, 궁정동 안가에서 엽색 행각을 벌인 인간 박정희…. 만화의 형식을 차용했지만 역사적 무게는 묵직하다.
“90년대 강경대 사건에 분노한 뒤부터 올바른 과거 청산을 화두에 두고, 역사에 대해 관심 있게 정보와 자료를 수집했고, 집요하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호소력 있고 쉽게 풀어쓸 방법을 고민했다.” 그가 터득한 게 바로 드라마처럼 쓰는 역사, 역사만화였다. 96년 해방부터 전두환·노태우 구속까지를 다룬 <만화로 보는 한국현대사>를 낸 그는 근 10년 만에 유령 박정희를 겨눴다. “경제발전도 중요하고, 빵도 중요하지만 박정희가 저지른 국가권력의 사유화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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