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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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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민] ‘촌놈의 뚝심’은 계속된다

등록 2005-03-10 00:00 수정 2020-05-03 04:24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영원한 이등병’ 강철민(24)씨가 수감 생활을 마치고 출소했다. 현역 이등병 신분이었던 강씨는 2003년 11월 휴가 중 부대 복귀를 거부했다. 이라크 파병 반대를 이유로 한 처음이자 (아직까지는) 마지막인 병역 거부였다. 1년6개월형을 선고받았던 강씨는 수감 1년3개월 만인 지난 2월28일 마산교도소에서 3·1절 특사로 가석방됐다.

강씨는 ‘대구 촌놈’이다. 주소는 ‘대구시’로 시작되지만, 사실 집에서 버스가 다니는 곳까지 10리나 떨어진 ‘깡촌’이다. 그린벨트 안에 오래전부터 세 가구가 모여 산다. 당연히 그를 키운 것은 산과 들이었다. 소년은 산길을 오르고 들판을 헤매면서 커왔다. 스스로 “전쟁에 대한 고민이 깊지는 않았다”고 말하는 그가 이라크전을 못 견뎌 병역 거부를 하기까지는 자연이 키운 양심의 역할이 컸다. 그는 “감옥에 가면서 전쟁에 대한 고민이 오히려 커졌다”며 “앞으로도 몸으로 부대끼면서 평화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촌놈 특유의 웃음으로 “편한 감옥이었다”고 말하지만, 그의 감옥 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해 초 같은 방에 수감된 사람들 명의로 <한겨레>에 파병 반대 광고를 내려다가 한달 동안 징벌방 신세를 지기도 했다. 징벌 사유는 ‘부정 모의’였다. 하필이면 징벌방에 갇혀 있는 동안 탄핵 사태가 벌어져 ‘촌놈’ 가슴이 떨리기도 했다. 강씨는 “혼자 징벌방에 있는데 ‘국군은 명령을 거부하라’는 선동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서 혹시 못 나가는 것 아닌가 불안했다”고 웃었다. 지난해 6월 김선일씨가 숨지자 12일 동안 옥중 단식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경찰에 연행되기 전 대통령에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지도 모른다”고 파병 철회를 호소했다. 그의 불길한 예언이 불행한 현실이 됐다. 강씨는 “더 큰 불행이 닥치기 전에 지금이라도 철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씨는 복학 절차를 밟고 학교로 돌아간다. 복학 뒤에도 촌놈의 뚝심으로 파병 반대 투쟁, 평화운동을 계속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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