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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영] 여자하키의 설움, 내가 지울께

등록 2005-01-07 00:00 수정 2020-05-03 04:23

▣ 김창금 기자/ 한겨레 스포츠부 kimck@hani.co.kr


“2008 베이징올림픽 결승 무대가 꿈이다.”

여자하키 국제심판 강현영(30·수원 영신여고 하키 코치)씨의 새해 꿈은 오직 한 가지. 올림픽 국제심판이 돼 ‘추상같이’ 엄정한 판정을 내리는 일이다. 학생들에게 하키를 가르칠 때, 국제심판한테 필수인 영어회화 능력을 교습받을 때, 심지어 차 타고 다니면서도 올림픽 심판을 잊은 적이 없다.

아니, 그러면 현재의 국제무대 심판들이 판정을 잘못하고 있는 것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그러나 유럽 중심일 수밖에 없는 하키의 국제 역학 판도에 따라 한국이 약자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특히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한국은 여자하키 주변국의 설움을 톡톡히 당했다. 국제심판 1명도 보내지 못한 한국 여자하키는 올림픽 예선 경기에서 결정적 순간마다 골과 직결되는 확률이 20% 이상 되는 페널티 코너를 부당하게(?) 당했다. 강 코치는 “당시 올림픽 하키 심판부에 한국인 심판이 1명이라도 있었더라면 ‘자국한테 보복 판정을 할지 모른다’는 심판 서로간의 견제 때문에 노골적인 판정 불이익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하키협회에서도 올림픽에서 뛸 수 있는 ‘등급 1’ 심판을 만드는 것을 올해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강 코치가 있기에 희망은 있다. 2003년 처음 국제무대 심판을 보기 시작한 강 코치는 아직 올림픽 경기를 판정하는 심판 등급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2년새 아시아와 유럽에서 열린 각종 대회에서 25경기나 심판을 보면서 주가를 높여왔다. 대회 감독관이나 국제하키연맹쪽에서는 ‘신인 심판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며 높은 평점을 매겼다.

국가대표 출신인 강 코치는 지도자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2001년에는 수원 매원중을 전국대회 4관왕으로 이끌어 그해 최우수지도자상까지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국제심판 관련 업무 때문에 바쁘다. 학교쪽에 늘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

강 코치는 “국제심판도 포기할 수 없고, 학생들도 잘 가르쳐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다”며 “잦은 해외 출장에도 넉넉한 웃음으로 배려를 해준 교장 선생님과 행정실장 덕분에 남들은 엄두도 못 내는 올림픽 심판에 도전하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밝게 웃었다. 김창금 기자/ 한겨레 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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