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소원을 이루었습니다.”
베트남 참전군인 태용덕(57)씨는 부인 전옥준(48)씨와 함께 환하게 웃었다. 그는 지난 12월10일부터 6박7일간 한겨레신문사 주최로 진행된 ‘이윤기와 함께하는 베트남 평화기행’에 다녀왔다. “죽기 전에 그 땅에 꼭 한번 가봐야겠다는 이야기를 가족에게 하곤 했습니다. 큰딸이 평소에 귀담아듣고 있었나 봐요. 작은딸과 함께 돈을 모아 애비의 평생소원을 풀어줬습니다.”
그러나 베트남 여행 내내 웃는 얼굴로 다닐 수 없었다. 1969년 6월부터 1년간 캄란의 백마30연대 운전병으로 근무했던 그는 30여년 전의 현장을 돌아보며 자주 눈물을 쏟았다. 단순한 회한 때문만은 아니다. 베트남전은 그에게 ‘고엽제후유의증’을 남겼다. “피부가 진물이 나면서 냄새 때문에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였습니다.” 피부약을 달고 다녔던 그는 90년대 초 약을 먹고 일어나다 쓰러져 뇌출혈까지 얻었다. 많이 호전됐음에도, 왼쪽 손과 다리가 계속 불편하다. 이는 생활고로 이어졌다. 자살을 결심한 적이 있을 정도였다. 3년 전부터는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됐다. ‘고엽제후유의증’ 판정을 받은 건 2년밖에 안 됐다.
이번 기행에서 가장 뜻깊었던 일은 호치민의 뚜오이쩨 신문사를 방문한 것이었다. 이 신문사가 2004년 가을부터 벌이고 있는 ‘미국을 상대로 한 고엽제 소송운동’에 힘을 보태주려 온라인 지지 서명을 했다. 그는 아마 뚜오이쩨 신문사를 직접 방문해 고엽제 소송에 서명한 최초의 한국인 고엽제 환자로 기록될 거다. “뉴질랜드 정부가 고엽제 환자들에게 직접 사과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도대체 우리 정부는 왜 안 하는 겁니까?” 국가의 책임 문제가 나올 때마다 낮게 흐르던 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며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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