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우리도 용돈 받으니까 세금을 내야 하나요?” “은행 강도도 돈을 훔치니까 세금을 내야 하나요?”
서울 금천세무서 류현선(54) 세원관리3과장은 가끔 ‘황당한’ 질문을 받는다. 류 과장이 세무서에만 앉아 있었다면, 받지 않았을 질문이다. 어린이들의 ‘깜찍한’ 상상력이 담긴 질문이기 때문이다. 류 과장은 초등학교를 찾아다니면서 세금 교육을 한다. 류 과장이 강의에서 “세금은 돈을 버는 사람이 내는 것”이라는 설명을 하면 아이들은 이렇게 재미있는 질문을 쏟아낸다.
벌써 5년째다. 2000년 초여름 진해 동부초등학교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94개 학교 3만7천여명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세금 교육을 해왔다. 류 과장은 “차세대 납세자인 어린이들에게 세금을 제대로 이해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강의를 시작했다”며 “누가 시키는 일은 아니지만, 스스로 보람을 느껴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과장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강의안까지 마련했다. 우선 류 과장은 세금을 “국가에서 인체의 피와 같은 역할”에 비유하고, “국가의 생활비”라고 가르친다. 세금의 필요성과 쓰임새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이 설명에도 ‘감’을 잡지 못하는 아이들도 “세금이 없으면 교과서도, 선생님도 없다”고 하면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25년 세무공무원 생활의 산 경험은 강의를 통해 산 교육으로 바뀐다.
강의 제목은 ‘내가 국력이다’. 그는 강의를 단순한 세금 교육이 아니라 국력신장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여러분이 훌륭한 사람이 돼야 세금을 많이 낼 수 있고, 세금이 많이 걷혀야 나라가 튼튼해진다”고 가르친다. 그는 나라의 미래인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일과 더불어 민족의 역사인 독립운동가들을 돕는 일도 하고 있다. 독재정권 시절부터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사회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던 삶의 이력이 그를 밀어가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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