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왕가리 마타이는 누구인가…부패한 권력에 맞서 케냐 환경운동에 투신
▣ 헨트= 양철준 전문위원 yang.chuljoon@wanadoo.fr
해발 고도가 5199m로 아프리카에서 킬리만자로산 다음으로 높은 케냐산은 키쿠유 부족민들에게 신 ‘응가이’(Ngai)가 거하는 성스러운 산이다. 영국의 식민통치 시기인 1940년 케냐산 기슭에 자리잡은 작은 도시 녜리에서 태어난 왕가리 마타이(64)는 개발이라는 미명으로 수목이 남벌되어 사람들의 생존조차 위협받는 상황을 목격하면서 나무를 심어 푸른 숲을 조성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을 필생의 목표로 삼았다. 지난 30여년 동안 그가 나무심기 캠페인을 통해 케냐 곳곳에 심은 나무가 무려 3천만 그루. 나무심기에 대한 헌신과 열정 때문에 그에게 붙여진 별명이 ‘마마 미티’(Mama Miti), 스와힐리어로 ‘나무 어머니’라는 뜻이다. 그에게 올해의 노벨평화상이 돌아갔다. 수도 나이로비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녜리의 테투로 향해 가던 도중 차 안에서 수상자 선정 소식을 접한 왕가리 마타이는 처음에는 “농담으로 여겼다”고 말할 만큼 당사자조차도 믿기 어려운 발표였다.
그는 왜 ‘나무 어머니’가 됐을까

올해의 수상자는 그만큼 의외였으나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전개해온 그의 환경운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당한 평가와 찬사라는 데 이견이 없다. 기존의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이 주로 분쟁 해결, 평화 정착, 인권 신장, 억압적 독재권력에 대한 투쟁을 통해 민주화 등에 공헌한 인물들 위주로 선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의 수상자 선정은 평화의 개념에 대한 지평의 확대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세계 곳곳에서 환경파괴로 인해 인간의 생존이 위협받고 결국 분쟁으로 치닫는 예가 많은 현실을 감안하면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환경보호를 통한 인간의 생존권 확보는 궁극적으로 평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왕가리 마타이는 현재 케냐의 환경, 천연자원, 야생동물부 차관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2002년 12월 출신지역인 녜리의 테투 선거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돼 의정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그의 활동 반경은 생태주의자로서의 환경운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좀더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창출하기 위한 다채로운 활동들, 즉 인권, 여성과 아동의 복지, 민주화, 유전자조작 농산물 도입 반대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한때 나이로비대학에서 동물해부학을 강의했고 케냐적십자사와 케냐여성협의회에서 활동하기도 했으나 역시 가장 열성적으로 주도한 운동이 바로 나무심기를 통한 생태보전운동이다. 1977년 시작된 그린벨트운동(www.greenbeltmovement.org)을 통해 벌거벗은 땅에 나무를 심어 푸른 숲을 조성하는 일에 힘써왔다. 나무심기운동과 병행해 지속 가능한 개발에 관한 교육, 일자리 창출, 소득증대 사업 등도 실시함으로써 민초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했다. 이는 시민운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즉, 일반 대중들과 동떨어진 운동이 아니라 그들의 삶 한가운데로 들어가 그린벨트운동을 이끌어왔기에 그토록 오랜 기간 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올해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세계의 이목이 왕가리 마타이에게 집중됐지만 환경운동과 생태운동가들에게는 결코 낯선 이름이 아니었다. 1991년에 이미 환경운동가들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골드만환경상을 수상했고, 올해 들어서도 권위 있는 페트라 켈리상과 소피상을 수상한 바 있다.
‘샴바 시스템’을 거부하다
그에겐 ‘최초’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녔다. 중동부 아프리카 출신의 여성으로서 최초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대학에서 동물해부학을 강의한 최초의 동아프리카 여성이었으며, 이번에 수상자로 선정됨으로써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최초의 아프리카 여성이 된 것이다. 그러나 왕가리 마타이의 활동가적인 면모는 선도적으로 앞서가되 홀로가 아닌 함께 가는 방식을 지향하면서 더욱 돋보였다. 또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항상 자신이 디디고 서 있는 곳에서 실현하려고 노력했던 점이 높이 평가된다. 즉, 전지구적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생각하되 디디고 서 있는 땅에서 실현하기 위해 행동하는 지성의 전범이 된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그는 민초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 수 있었고 그들의 소망을 현실화하려는 실천에서 전위에 있었기 때문에 민초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왕가리 마타이는 “당신이 케냐인들의 눈을 통해 케냐를 바라본다면 당신이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영원히 변화시킬 것이다”라고 말함으로써 케냐의 상황과 맥락이라는 창을 통해 케냐 사회를 이해해달라고 인식 변화를 촉구한 바도 있다.

케냐에서 환경운동을 한다는 것은 항상 긴장과 갈등을 수반한다. 각종 개발에 첨예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 권력의 회랑에서 서성이는 실세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그에겐 유난히 적이 많았고 그를 현실감각을 결여한 이상주의자로 몰아세우기도 했다. 케냐에서는 국유지나 공유지가 부패한 유력 정치인들에 의해 택지 개발이나 농지 개발의 형태로 전환됨으로써 숲이 점점 사라져왔는데 환경운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이들과의 전면적인 대치가 불가피하다. 때문에 왕가리 마타이는 환경운동과 민주화 투쟁의 험로에서 투옥되기도 하고 많은 고초도 겪었다. 1977년 그린벨트운동을 처음 시작할 무렵 전 국토에서 숲이 차지하는 면적이 2.9%였는데 현재 케냐에서 숲이 제대로 보존된 지역은 전 국토의 2%에 불과하다는 것은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숲이 상시적으로 위협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왕가리 마타이는 대니얼 모이 대통령의 케냐아프리카민족동맹(KANU) 일당 통치하에서 민주화와 인권신장을 위한 일관된 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1990년대 초반 아프리카 대륙에 다당제 바람이 거세게 불자 케냐에도 다당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당시 왕가리 마타이도 다당제 민주주의 도입을 위한 투쟁에 나섰다. 그는 1997년 다당제하에서 두 번째로 실시된 선거에서 대선후보로 직접 나서기도 했다. 현재 음와이 키바키 대통령이 이끄는 케냐 정부에서 환경, 천연자원, 야생동물부 차관으로, 그리고 녜리의 테투 지역구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으로서 정치에 왕성하게 참여하고 있는 왕가리 마타이는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기 이전인 10월 초에도 산림 파괴를 수수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분명히 천명했다.
케냐에서 숲을 농지로 전환하는 이른바 ‘샴바 시스템’(The Shamba System)이 현재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왕가리 마타이는 이에 단호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산림을 농지로 개발해 식량부족을 해결하겠다는 발상의 배후에는 음험한 의도가 도사리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샴바 시스템을 추진해 땅 없는 농민들에게 자생의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것을 허울뿐인 명분으로 간주한다. 그는 비록 자신의 신념과 정책을 구현하기 위해 정치에 뛰어들었지만 권력에 도취돼 사익 추구에 눈먼 세력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천국은 녹색일 것이다
왕가리 마타이는 유엔환경계획이 제작한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나무와 색깔을 사랑한다. 나에게 나무는 생명과 희망을 상징한다. 나는 천국이 녹색일 거라는 생각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곤 한다.” 맹위를 떨치며 계속 진행되고 있는 사막화와 인간의 탐욕으로 숲들이 점점 자리를 빼앗겨가고 있는 현실에서 녹색의 천국을 지켜내려는 왕가리 마타이의 헌신은 더욱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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