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백은하] 배우 만난 영화기자, 행복했노라

등록 2004-09-10 00:00 수정 2020-05-03 04:23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배우 만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밌다는 영화기자가 그 행복한 만남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월급이란 아무리 알량해도 위대한 것일 텐데, 5년 기자생활을 청산하고 프리랜서 기자,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진행 등 거친 생활전선에 뛰어든 백은하(30)씨. (해나무 펴냄)에는 제목대로 ‘우리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배우 20명의 인물론이 담겨 있다.

그가 책을 낸 ‘거창한 이유’는 이렇다. “우리 한국 배우들만 모아서 책을 쓸 만큼 ‘배우풀’이 깊고 넓어졌다. 연극하던 사람들, TV에 있던 노장들이 스크린 앞에 나오고, 류승범·배두나 등 학원에서 연기를 배우지 않고 삶 자체를 연기로 하는 배우들도 출현했다.” 좀더 ‘단순한 이유’는 그동안 만났던 배우들을 묵혀두기 아까웠기 때문이다. 처음엔 쉽게 생각했지만, 에서 한 인터뷰를 살릴 수 없어, 전부 다시 인터뷰를 해야 했다. 배우란 늘 변하기 마련이니까.

백씨에게 가장 재미있는 배우는 윤여정씨 등 나이 든 배우다. 평생 그 직업을 가졌던 사람들이라서 작품 몇개가 아니라 배우로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할 줄 안다. “아무리 연기를 잘하는 애들이라도” 할 수 없는 얘기들. 그것은 늘 다른 사람을 연기해야 하는 인생의 사연들이다. 그가 배우들을 만날 때마다 놀라는 것은 “외롭다”는 고백이다. 저 화려한 설경구도 전도연도 류승범도 여기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동력으로 연기를 하는 것 같다.”

백씨는 곧 뉴욕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어디든 외국에서 일년 동안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낮에는 특이하게도 ‘네일아트숍’에서 ‘손톱질’(?)을 하고 여가 시간에 영화도 보고, 돈이 모이면 남미 여행도 가볼 생각이라고(솔직히 말하면 ‘네일아트숍’ 건은 오프 더 레코드라고 했지만 기자가 우겼다). 장기적인 전망은 물론 배우 인터뷰 전문 기자다. 첫술에 배부르려고 자극적인 질문을 하는 기자가 될 생각은 없다. “그 사람들과 정말정말 편하게 얘기하는, 그들과 같이 늙어가는 기자”가 된다니, 쓰는 기자, 부러워 죽겠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