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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만] ‘얼음마루’에서 달려볼까요

등록 2004-09-10 00:00 수정 2020-05-03 04:23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꽃 피고 새 울며 물 맑은 고장’임을 자랑하는 경기도 고양시. 지난 9월1일 개관한 덕양어울림누리는 21만평 부지에 들어선 복합 문화체육 공간으로 푸른 숲과 여유로운 일상을 가꾸는 소중한 문화쉼터 구실을 할 예정이다. 도시의 일상을 다양한 빛깔로 장식할 예술공연장으로 경기 북부에 자리잡은 것이다. 고양시의 문화단지는 색다른 이름으로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어울림누리만 해도 세상을 뜻하는 ‘누리’에 서로 한데 어울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고양시 문화공간의 우리말 이름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어울림누리의 대극장은 ‘어울림극장’, 소극장은 ‘별모래소극장’, 전시장은 ‘어울림미술관’, 아이스링크는 ‘성사얼음마루’, 실내수용장은 ‘꽃우물수영장’ 등등. 내년 말에 일산 신도시에 들어서는 대형 전문공연장 ‘일산아람누리’에는 대극장 ‘한메아람극장’과 콘서트홀 ‘한메바람피리 음악당’ 등이 들어선다. 이런 문화시설에 우리말 이름을 주도적으로 붙인 사람이 고양문화재단의 이상만(70) 총감독이다.

지난해 말 고양문화재단 운영자 공채에서 총감독으로 발탁된 이상만 총감독은 70년대 세종문화회관 개관 당시 사무국장을 역임하고 대학에서 예술경영학을 가르치는 등 문화계 안팎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다. 그런 경험을 살려 지자체 공연시설로는 드물게 무대기술과 공연기획 등에 관련된 전문인력을 영입하기도 했다. 이 총감독은 현대식 문화공간 곳곳에서 전통의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우리 말과 전통의 소리를 심었다.

“우리말 사랑은 구호로만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사용하면서 우리말의 아름다움에 눈을 떠야 합니다. 한국의 소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콘서트홀에 전통적 음색을 낼 수 있는 한국형 파이프오르간을 설치해 우리 소리와 친해지도록 할 것입니다.” 고희에 노익장을 과시하며 지역문화 씨앗을 뿌리고, 우리 얼을 나누려는 이 총감독은 덕양어울림누리 개관 기념으로 독본과 소리판(CD)를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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