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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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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루] “김창원씨, 빚 갚게 해주세요”

등록 2004-09-10 00:00 수정 2020-05-03 04:23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김창원씨를 찾아주세요. 55년생으로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귀금속 액세서리를 거래했던 사람입니다. 내가 부도를 내는 바람에 둘도 없는 한국인 친구인 그에게 이래저래 피해를 끼쳤습니다. 늦었지만 보상하고 싶은데…. 도무지 연락이 닿지 않네요.”

오보시 노보루(53)씨. 지난 1996년까지 남대문시장에서 귀금속 액세서리를 제조·수입해 일본에 판매하는 무역회사를 운영했다는 그는 이렇게 입을 열었다. 한국쪽 사업 파트너이던 김씨를 몇년째 찾고 있다는 그는 지친 듯했다.

오사카 출신인 노보루씨는 김씨와 무려 15년 동안이나 우호적으로 거래를 했다. 김씨의 집을 자주 찾을 정도로 개인적 신뢰와 친분도 쌓았다. 그러나 1996년, 김씨와의 거래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일을 추진하던 중 부도로 몰락하면서 두 사람의 연락은 끊겼다. 그는 당시 김씨에게 시가 1억여원의 일본산 귀금속 세공기계 도입을 주선했다. 주저하는 김씨에게 기계가 안정화될 때까지 관련 운용기술을 책임지고 전수하겠다고 설득했단다.

그런데 최종 거래 단계에서 중국산 액세서리의 덤핑 공세로 그의 회사는 부도를 맞았고, 수억원의 부채를 짊어진 채 쫓겨다니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물론, 그가 주선한 세공기계는 김씨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노보루씨는 “마지막에 운영기술 전수비 명목으로 김씨에게서 받은 100만원을 급한 마음에 내가 써버렸다”며 “영문도 모르는 김씨는 기계수출 회사에 곤욕을 치르면서 돈을 한번 더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일본 유력 건설사 현장감독으로 취업해 마련한 돈으로 지난 8년 동안 일본인 거래처의 손실은 모두 청산했다. 김씨에게 줄 100만원이 그의 마지막 부채인 셈이다. 그는 “돈도 갚아야 하지만, 뜻이 너무 잘 맞던 친구를 다시 찾고 싶다. 김씨의 딸 이름이 보람이인데 지금은 20살 정도 됐을 것”이라며 ‘혹시나’ 하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한국쪽 연락처: 016-277-8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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