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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일] 25년 교도소장님의 가르침

등록 2004-09-10 00:00 수정 2020-05-03 04:23

▣ 권은정/ 자유기고가

“어쨌든 내가 해야 할 일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었다.” 영국 런던대학 부설 국제교도연구센터 소장인 앤드루 코일(Andrew Coyle·60) 박사가 교도행정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첫 대목에서 한 말이다. 25년간 교도소 소장 등 일선에서 교도행정을 맡았던 이에게서 듣기에 사뭇 의미심장한 말이 아닐 수 없다.

9월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교도소 관리에 대한 인권적 접근’이라는 주제의 코일 박사 강연은 최근 잇달아 일어난 우리나라 교도소 사고와 관련해 매우 시의적절한 것이었다. 그는 교도소 관리에서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결국 “우리가 인간을 가두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국가가 시민이 저지른 범법 행위 때문에 그의 자유를 박탈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한다면 국가는 그 사람을 돌볼 의무도 함께 지게 되는 것임을 강조하면서 교도업무처럼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 사회로부터 소외받고 적절하게 대우받지 못하는 경우도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최상의 교도행정은 결국 재소자의 ‘인권존중’임을 강조한 그는 세계 50여개국의 교도소를 방문해서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는 특히 교도소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사용돼서는 안 되며 재소자들의 사회 복귀를 책임지는만큼 교도소가 우리 사회 내에서 주요한 사회기관임을 명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유엔 인권고등 판무관, 유럽의회자문위원 등 교도행정의 국제 전문가인 그는 최근 이라는 책을 펴냈다. 세계 10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각국 교도소 직원과 교도소 개혁가들의 교정업무에서 필독서로 꼽히고 있는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도 번역 발간됐다. 이번 방문은 교도소 관리에서 최선의 관행을 확산시키고 전세계적인 자원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일본, 홍콩 등지와 연결되어 이루어졌다. 이날 강연에 동행한 부인 비비앤 스턴 박사 역시 출소자 보호와 사회 복귀 문제의 전문가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특히 일선 교도관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들의 노고와 국제 전문가의 의견이 같은 맥을 이루는 게 이번 행사의 진정한 목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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