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학재단의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 행태를 고발하며 대학 당국에 이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라고 밤낮으로 외쳐대는 ‘아름다운 청춘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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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직수(19·국문학과2), 소영로(20·한국사2), 김태구(18·국제어문학부1), 오민혜(21·독문학과2), 박장준(21·신방과2)…. 고려대학교 학생들과 교내 미화원 노동자들의 연대를 추구하는 학생들의 자발적 모임인 ‘불안정 노동철폐를 주도할꺼야’, 약칭 ‘불철주야’의 회원 10여명이 그 주인공들이다.
“2002년 노동절 행사 때 우연히 청소용역 노동자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했는데, 그분들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삶을 살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어요. 그 이후 지금까지 뜻이 맞는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계속 바통을 이어주며 학교 당국과 싸우고 있습니다.”
박장준씨는 특별히 운동권이라고 부를 것도 없는 자신들이 교내 환경미화원의 권익옹호를 위한 연대 활동을 지속하는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1999년 학교쪽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학내 시설관리업을 모조리 용역화하고, 용역업체 가운데 최저가격을 써낸 업체와 간접고용 계약을 체결하면서 환경미화원들의 삶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불철주야 회원들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재 고려대 환경미화원 한 사람이 평균 450평에 이르는 구역을 청소한다. 대부분 50대 여성 노동자인 이들의 근로계약상 노동시간은 오전 7시부터 시작되지만 넓은 담당구역을 청소하기 위해 보통 새벽 5시에 출근해 하루 평균 11시간씩 일한다고 한다. 하지만 퇴직금과 추가근로수당까지 포함해 월 65만원의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고, 그나마 일요일 근무에 대한 추가근로수당은 1~3년씩 체불돼 있다고 주장한다.
그나마 학교 당국이 용역업체 재계약을 앞두고 최근 이런 근로조건이 더욱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이들은 학교 안팎에 비판 여론을 확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학교 당국이 4월 말 계약 만료 뒤 일괄 사직서를 받았고, 현재는 근로계약도 없이 무권리 상태에서 일을 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또 6월7일 입찰 견적을 제출한 8개 용역업체 모두 ‘365일 깨끗한 학교’라는 학교쪽 요구에 맞춰 일요일을 포함한 노동시간 연장 등의 악조건을 제시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박씨는 “학교 당국이 비용 절감을 위해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 방침을 고수하면서 환경미화원은 대학과 용역업체로부터 이중의 착취를 당하고 있다”며 “지성의 전당인 대학답게 지금까지 일해온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와 근로기준법 준수 등 최소한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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