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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발전, 그 거대한 가능성

등록 2004-06-04 00:00 수정 2020-05-03 04:23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우리나라에서 풍력발전기는 이국적 풍경을 연출한다. 제주도의 경우 풍력발전단지가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는 데도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풍력발전은 환경적인 측면에서 소음이나 자연훼손 같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멸종 위기의 야생동물이 풍력발전기에 부딪쳐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풍력발전기가 작동할 때 방출하는 초음파에 박쥐들이 홀리면서 죽음에 이르자,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풍력발전기 추가 설치가 보류되기도 했다. 비단 박쥐의 죽음이 아니더라도 풍력발전기는 철새의 이동을 방해하고, 터를 닦는 과정에서 자연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풍력발전기가 환경적 위험요소가 있더라도 원자력이나 화력 발전소에 비해서는 미미한 게 사실이다. 물론 풍력발전기는 육지를 벗어나도 얼마든지 설치할 수 있다. 요즘 풍력발전 선진국에서는 근해에 풍력발전기를 세워 자연환경 훼손 문제 등을 일거에 해결하려고 한다. 온난화로 달궈진 지구를 바닷바람으로 식히며 에너지를 얻으려는 것이다. 영국을 비롯해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은 북해와 발틱해에 해상풍차공원을 설치하고 있다. 그 가운데 덴마크의 호른스 레브 근해 풍력단지는 육지에서 17km 떨어진 지역에 160MW 규모로 세워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2002년 12월부터 가동을 시작해 연간 600G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해상풍력단지 조성을 위한 타당성 조사가 이뤄졌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제주도 인근 해안이나 진도 등 남해 일대를 유력 후보지로 꼽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서 풍력단지를 조성하는 데는 토지 매입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인하대학교 손충렬 교수는 “우리나라는 삼면이 해안선으로 구성된 국토의 특성에 따라 무한정의 근해 에너지 잠재량을 보유하고 있다. 정책적 지원만 따르면 대체에너지 선진국으로도 발돋움할 수 있다”고 해상풍력단지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현재 제주도는 동부와 서부 해상에 풍력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있다. 머지않아 제주도에서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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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단지의 이점은 수두룩하다. 750kW급 소형 발전기라도 10㎡의 토지면적이 필요하고 전력선이나 도로 같은 인프라가 필요한 육지 풍력발전기를 생각하면 하루라도 서두르는 게 남는 장사일 듯하다. 하지만 국내에 해상풍력단지가 가동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 무엇보다 무수한 이점 이면에는 엄청난 투자비용이라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지 확보가 용이해도 고가의 시공비, 해저 전력선 구축비용 등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것이다. 덴마크만 해도 2억7천만유로(약 3800억원)를 투자해 근해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했다. 설령 조성되더라도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다만 어획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타워가 난파선 구실을 하면서 어류를 끌어모으는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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