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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택시 부가세는 누가 먹었나/ 정남구 기자

등록 2004-05-21 00:00 수정 2020-05-03 04:23

<font color="darkblue">일부 노조간부 편의 위해 사업주에 더 많은 양보… 전체 1천억원중 노동자 몫은 7% 불과 </font>

부산= 글 · 사진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부가세 감면분? 그게 뭐꼬?”

부산의 회사택시 운전사들은 오히려 기자에게 되물었다. 지난 1995년 하반기부터 법인택시 회사들이 부가가치세의 50%를 감면받고 있고, 그 돈이 택시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쓰이도록 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런 제도가 시행된다는 것을 대충은 들어 알고 있더라도, 실제 감면된 부가세가 어떻게 쓰이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부산, 전국서 노동자몫 가장 적어

이 지난 502호(3월24일치)에서 ‘택시회사들의 부가세 감면분 착복 및 감독기관의 방관’ 문제를 표지이야기로 다룬 뒤, 전국에서 많은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제보의 대부분은 소속 회사가 부가세 감면분을 어떻게 착복하고 있는지를 고발하는 것이다. 부가세 감면분에 대해 제 몫을 찾기 위해 싸우다가 이미 회사에서 쫓겨나거나 곤욕을 치른 사람 또한 적지 않았고, 지금도 곳곳에서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부산의 택시 운전사들에게 부가세 감면제도는 남의 일이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부산지역 택시회사들이 1995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감면받은 부가세 총액은 1천억원이 넘는다. 그 돈은 지금 어디로 간 것일까? 부가세 감면액을 택시회사들이 착복하기 시작한 것은 제도 도입 당시 택시노조들이 부가세 경감액을 회사쪽과 노조가 50 대 50으로 나누기로 합의한 데 그 뿌리가 있다. 그러나 부산의 경우는 50 대 50조차도 아니었다. 노동자의 몫은 전국에서 가장 적었고, 그나마도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 입수한 1995년 부산시 지역 택시노조와 사업자쪽의 노사합의서를 보면, 노조는 90개 회사의 97년 말까지의 부가세 감면분 중 79억원을 받기로 했다. 이는 총감면액 480억원의 17%에 불과한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997년 말까지만 시행할 예정이던 감면제도는 그 뒤 시한이 계속 연장돼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노사간 합의 내용은 이후 노동자쪽에 더 불리해졌다. 부산시 택시운송사업조합이 1997년 말 회원사들에 보낸 ‘부가세 감면분 결정안 통보’ 자료를 보면, “95년도에는 (노조 지급분을) 대당 2만7775원으로 결정 지급하였으나 금년에는 40%를 인하해 대당 1만6640원으로 노조와 합의할 예정”이라고 돼 있다. 자료는 “지급액의 87%는 어음으로 주고, 13%는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며 “현금 지급은 택시노조연맹 회관 건립기금 및 회비조의 공식 금액으로 편의를 줌으로써 원만한 노사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업주에게 유리한 협상결과가 조합원들보다는 노조 간부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었던 셈이다.

말썽 일으킨 노조의 ‘복지회관’건립

노조쪽이 넘겨받은 부가세 감면액도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부산택시노조는 그해 ‘복지협회’라는 별도의 사단법인을 만들었다. 택시회관을 건립하고 조합원 복지를 위한 활동을 하겠다는 게 협회의 설립 목적이었다. 복지협회는 정관에 ‘택시 부가세 감면액 중 사용자쪽으로부터 받는 출연금’ 등을 기본자산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복지협회 설립 이후 부가세 감면액은 대부분 복지협회로 들어갔다. 당시 부산시 지역 택시노조위원장이던 권오만 현 전국택시노련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교통회관을 만드는 데 직접 돈을 출연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어 복지협회를 만들어 부가세 감면분을 노동자들을 위해 쓰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회 이사장은 권 위원장이 맡았다.

복지협회는 설립 초기부터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복지협회는 1996년 초 동남운수라는 부실 택시회사를 인수한 뒤 명의 이전조차 하지 않는 등 말썽을 일으키다 되팔았다. 1997년 말까지의 회계감사 자료는 “(운전사) 작업복 대금결제 및 동남운수 인수대금 지출 때 사전에 총회 및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권 이사장 개인이 일방적으로 지출했다”는 등 자금 운용상의 불투명성을 여러 가지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협회의 자금 운용과 관련해 권 이사장(노조위원장 겸임)은 배임 혐의로 사법처리를 받기도 했다. 시의원이기도 했던 그는 조합원 1만7천여명의 작업복을 주문 제작하는 과정에서 5억원을 선지급하는 조건으로 업주에게 7500만원을 받아 배임수재 혐의로 1996년 10월 초 부산지검에 구속됐고, 1심에서 징역 1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조합간부는 “분회장의 경우 조합비 200만원을 유용했다는 혐의만으로도 분회장직을 박탈하고 제명하는 등 엄격한 징계를 했지만, 권 이사장은 시의원직을 박탈당했을 뿐 조합 위원장과 복지협회 이사장직을 떠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뒤 권 이사장은 복지회관 건립부지를 매입하면서 인근 임야보다 3배나 비싸게 수의계약을 한 혐의(배임)로 고발당해 검찰의 수배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수배기간 중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에 당선됐고, 체포 직전 자진출두하기로 하고 체포를 면했다가 이후 무혐의 처리됐다. 조합원들은 그가 앞서 받은 형사처벌이 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 8·15 특사 때 이미 사면을 받은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권씨는 전택노련 위원장이 되면서 부산택시노조를 떠났다. 그가 물러나면서 부산택시의 부가세 감면분은 이제 복지협회가 아니라 노조가 받는 것으로 바뀌었다. 전택노련 부산본부 윤차열 총무부장은 “2001년 5월부터는 대당 2만1천원을 노조가 회사쪽에서 받고 있다. 감면분 중 51%는 분회로 내려보내 노동자들에게 지급하고, 10%는 전택노련으로, 나머지는 본부의 살림 지원금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분회로 내려보낸 감면분은 일부는 현금으로 조합원들에게 지급되고, 일부는 조합원에게 명절 선물 등으로 지급되고 있다. 조합원들이 실제 받는 혜택은 현금과 선물을 포함하더라도 전체 부가세 감면분의 7%에 그친다.

부산택시노조가 복지협회를 설립해 부가세 감면분을 넘겨받은 자금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협회는 그 돈 중 일부로 교통회관을 지었다. 권 위원장은 “교통회관 건립에 50억~60억원이 든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부산택시노조는 현재 교통회관의 대지와 건물, 그리고 주변 임야를 포함하면 시가 80억원가량 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1천억원이 넘는 부가세 감면액 중 택시 노동자들에게 직접 지급된 것은 많이 잡아도 1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여기에다 교통회관 건립에 든 60억원을 더하더라도 160억원을 뺀 나머지 대부분은 사업주들에게 돌아가버린 셈이다.

부산 택시노동자는 움직이는가

권 위원장은 부산을 떠났으면서도 지금도 재산 80억원의 복지협회 이사장직은 계속 맡고 있다. 그는 “산별노조가 되면서 부산노조에 속한 복지협회를 해산하려고 했지만, 부가세 감면분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이유로 부산시에서 해산 신고서를 반려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계속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복지협회를 해산하면 재산을 노조 부산본부로 귀속시키게 돼 있으므로 번거롭게 이사장 선출을 다시 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교통회관을 짓는 데 사실상 돈을 낸 부산의 많은 택시 운전사들은 이미 업계를 떠났다. 그들은 부가세 감면액을 받지 못했지만, 더는 노조 조합원도 복지협회의 구성원도 아니다.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도입된 부가세 감면제도는 그들을 그렇게 배반했다. 노동자 한명당 한해 50만원이 넘게 돌아가야 할 부가세 감면분에 대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부산의 택시 노동자들도 지금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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