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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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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 전환’ 필요한 서울…사회 기초 ‘부족’, 생태 한계 ‘초과’

‘잘 사는 도시’라는 착각
“탄소 줄이고, 복지 채우는 통합정책 필요”
녹색전환연구소, 6·3 지방선거 앞 ‘도넛 모델’로 서울 첫 진단
등록 2026-04-02 19:00 수정 2026-04-05 16:07
2026년 3월30일 ‘따릉이’를 타고 출근길에 오른 강동신씨가 서울 강서구 마곡나루역 2번 출구 앞 따릉이 무인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반납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규남 기자

2026년 3월30일 ‘따릉이’를 타고 출근길에 오른 강동신씨가 서울 강서구 마곡나루역 2번 출구 앞 따릉이 무인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반납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규남 기자


#풍경1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우뚝 솟은 빌딩숲 사이로 자전거들이 잇달아 달렸다. 2026년 3월30일 출근길 마곡나루역(9호선·공항철도) 2번 출구 앞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무인대여소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따릉이를 타고 와 반납한 뒤 지하철로 환승하거나 인근 회사로 잰걸음을 옮기는 이들, 반대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내려 따릉이를 대여해 타고 어디론가 이동하는 이들이 쉴 새 없이 오고 갔다.

경기도 부천시 온수역(1호선·7호선) 인근에 사는 서현석(41)씨도 그중 한 명이다. 서씨는 이날 집 근처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마곡동 엘지사이언스파크에서 내린 뒤 따릉이를 타고 3~5분 만에 마곡나루역 2번 출구에 도착했다. 여기에 자전거를 반납하고 인근 회사로 출근한다.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등에서 내린 뒤 최종 목적지까지 1~3㎞ 안팎의 마지막 구간을 뜻하는 ‘라스트마일’의 교통수단으로 따릉이를 활용했다. 서씨는 따릉이에 대한 “만족도는 만점”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자택이 있는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한강 자전거길을 45분 달려 회사가 있는 마곡동으로 왔다는 강동신(56)씨는 “길이 평탄해 자전거 타기 좋고 교통비도 절감할 수 있어 매일 따릉이로 출퇴근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마곡동의 풍경이 서울의 일반적인 모습은 아니다.

 

#풍경2

3월31일 경기도 수원시 와이시티아파트 606동 옥상. 남향으로 배치된 태양광 패널들이 ‘ㄴ’자 모양으로 양쪽으로 길게 뻗은 채 쨍쨍한 햇빛을 흡수하고 있었다. 관리사무소 외벽에 설치된 태양광 미디어보드에는 2025년 12월부터 2026년 3월까지 누적 740만원의 공동전기요금을 절감했고, 3월에만 248만원을 절감했다는 내용이 표시돼 있었다. 이 아파트는 경기도의 옥상형 태양광 시범사업에 선정돼 2025년 12월 전체 10개동 중 4개동 옥상에 총 120㎾ 설비용량(동별 30㎾)의 태양광 패널 설치를 완료했다. 아파트 옥상 태양광은 건물 밀집도가 높아 재생에너지 보급 여건이 제한적인 도시에서 유휴 공간인 옥상을 활용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는 주요 방안이다. 와이시티아파트 태양광 설치에는 총 1억7천만원이 들었다. 80%를 지원(도비 40%, 시비 40%)받았고, 20%만 주민들이 자체 부담했다. 4개동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의 혜택을 10개동 660가구 주민이 함께 공유한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2026년 2월 32평 기준 공동전기요금이 3180원 나왔는데, 2025년 2월 7670원보다 59%가량 줄어든 액수”라며 “전기사용량이 많은 여름이 되면 태양광발전의 효과를 좀더 체감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기도 아파트의 풍경도 서울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도넛 모델’로 들여다본 서울, 드러난 균열

 

그렇다면 ‘글로벌 도시’ 서울의 일반적인 초상화는 어떤 모습일까. 녹색전환연구소가 6·3 지방선거를 두 달 정도 앞두고 ‘도넛 도시 서울의 가능성’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도넛 모델’로 서울의 초상화를 그려보고, 분야별 정책 제언을 내놨다. 도넛 모델로 서울을 진단한 첫 시도다.

도넛 모델은 영국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가 2012년 ‘인류를 위한 안전하고 정의로운 공간’이라는 옥스팜 보고서를 통해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도넛의 안쪽 선은 시민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사회적 기초’를 말하고, 바깥쪽 선은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생태적 한계’를 뜻한다. 안쪽 선과 바깥쪽 선 사이에 있는 도넛 모양의 공간이 시민이 살 수 있는 안전하고 정의로운 공간이 된다.

도넛 모델은 기후위기 시대에 국내총생산(GDP) 중심의 끝없는 ‘성장’이라는 20세기적 목표에서 벗어나 ‘지구 한계 내에서의 번영’을 추구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 2020년 전세계 도시 중 처음으로 도넛 모델을 도시정책으로 채택해 시행하고 있다. 이후 프랑스 그르노블, 캐나다 너나이모, 벨기에 브뤼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미국 캘리포니아 등 전세계 수십 개 도시에서 도넛 모델을 활용한 도시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이 보고서의 주저자인 고이지선 녹색전환연구소 지역전환팀장은 “도넛 도시로서 서울의 과제는 더 크고 화려한 도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탄소는 줄이고, 복지는 채운다’는 원칙 아래 기후위기 대응과 사회적 기초를 하나의 정책으로 통합해 시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넛 모델에서는 ‘사회적 기초’ 진단을 위한 지표로 건강, 일자리, 불평등 완화 등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가, ‘생태적 한계’ 진단을 위한 지표로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손실, 해양 산성화 등 스톡홀름복원력센터(SRC)의 ‘행성 경계’(이 한계를 넘어서면 생태계 복원력이 붕괴해 심각한 위기 초래)가 사용된다. 다만, 도넛 모델을 실제 도시에서 실현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 네트워크인 ‘도넛경제학 액션랩’(DEAL)은 각 지역의 특성과 상황에 맞는 지표로 진단할 수 있도록 유연한 도넛 모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가이드라인을 따라 녹색전환연구소는 국내 상황에 맞는 지표를 채택했고, 지표별로 서울시의 과잉과 부족을 판단할 기준으로 △서울시의 2030년 목표 △전국 평균 △국외 도시 현황을 활용했다.

 

일자리도, 집도, 마음도 버티지 못한다

 


 

녹색전환연구소 제공

녹색전환연구소 제공


진단 결과, 서울시는 ‘사회적 기초’ 부문에서 이동성, 일자리, 주거, 정신건강 등 다양한 지표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이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시민의 일상에 필요한 기본 조건을 고르게 보장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자리 부문에서 서울의 비정규직 비율은 38.4%인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3%)보다 239.8% 높은 것으로, 서울의 가장 부족한 점으로 꼽혔다. 주거 부문에서는 서울시민의 월 소득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인 ‘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RIR)이 37.7%인데, 오이시디 평균(21.8%)과 견줘볼 때 서울시민의 임대료 부담이 오이시디 국가들보다 72.9%나 높다. 정신건강 진단을 위해서는 10만 명당 자살 사망 인구수를 지표로 봤는데, 서울은 24.1명으로 오이시디 평균(10.7명)보다 125.2%나 높다. 반면 건강 부문에서 서울시민의 기대수명은 83.2살로 오이시디 평균 수명(81.1살)보다 높아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사회적 기초 부문에서는 특히 ‘이동성’에 주목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와 도시 혼잡 완화를 위해 자전거 중심 도시로의 전환이 서울에 필요한 과제라고 보는 시선이다. 하지만 이동성의 주요 지표인 서울의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은 1.8%로 매우 낮다. 승용차·버스·지하철·택시가 77.7%로 압도적이고, 보행도 20.5%를 차지한다. 지난 30년 동안 자전거 이용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온 암스테르담은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이 38%나 됐고, ‘15분 도시’로 유명한 프랑스 파리도 11%다.

이 때문에 앞서 현장을 살펴본 마곡동이 자전거 도시 측면에서는 ‘서울의 미래’라고 할 수 있다. 강서구의 따릉이 이용률은 2018년 서울 25개 자치구 중 10위권이었는데 마곡지구 입주가 본격화한 2020년 이후에는 계속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설공단의 자료를 보면, 2025년 따릉이 대여 건수는 강서구(461만 건)가 1위를 차지했고, 이어 송파구(350만 건), 영등포구(342만 건), 양천구(230만 건) 순이다. 같은 해 따릉이 대여 건수가 가장 많은 대여소 ‘톱5’에 마곡나루 2번 출구(1위·16만3천 건), 3번 출구(3위·10만9천 건), 5번 출구(4위·10만7천 건) 등 마곡나루역 출구가 3곳이나 포함됐다.

녹색전환연구소 분석 결과, 마곡지구 따릉이 이용의 91%가 1~3㎞의 짧은 범위에서 발생했고, 대여의 약 75%가 지하철역 인근에서 이뤄졌다. 마곡지구에서 이렇게 자전거 이용이 활성화된 이유는 평지가 많고, 업무·상업·주거 기능이 집적된 계획 지역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서는 “마곡지구의 따릉이는 지하철 접근성 개선, 통근 효율 증대, 단거리 이동 활용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향후 교통정책에서 공공자전거를 단순한 친환경 교통수단이 아니라 대중교통 체계의 일부로 통합해 설계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이어 자전거-대중교통 연계를 통한 3㎞ 생활권 조성을 위해 △모든 지하철역 출구에 공공자전거 대여소 배치 △출퇴근 시간대 자전거 전용도로 시범 운영 △전기자전거 대여 확대 △공공자전거와 대중교통요금 연계와 할인 혜택 제공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

 

태양광 누적 보급 40㎿… 서울은 왜 멈췄나

 

3월31일 경기도 수원시 와이시티아파트 606동 옥상에 남향으로 배치된 태양광 패널들이 ‘ㄴ’자 모양으로 양쪽으로 길게 뻗은 채 쨍쨍한 햇빛을 흡수하고 있다. 김규남 기자

3월31일 경기도 수원시 와이시티아파트 606동 옥상에 남향으로 배치된 태양광 패널들이 ‘ㄴ’자 모양으로 양쪽으로 길게 뻗은 채 쨍쨍한 햇빛을 흡수하고 있다. 김규남 기자


 

서울의 ‘생태적 한계’ 부문에서도 에너지 생산, 대기온도 조절, 탄소격리, 폐기물 등 대부분 지표가 ‘부족’해 결과적으로 생태적 한계를 ‘초과’하는 것으로 진단됐다. 2025년 서울의 열대야일수(46일)가 전국 평균(16.4일) 대비 180.5% 많아 대기온도 조절에서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격리 부문에서도 서울 시민 1명당 도시숲 면적이 21.1㎡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기준 면적(1인당 50㎡)에 견줘 57.8%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폐기물 부문에서도 서울의 ‘인구 대비 하루 소각용량’이 1명당 0.31㎏으로 전국 평균(1명당 0.38㎏)보다 19.3%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생태적 한계’ 부문에서는 기후위기 대응 및 에너지 안보와 관련해 ‘에너지 생산’ 지표에 주목한다. 이를 평가하는 주요 잣대가 ‘태양광 보급량’이다. 2030년 서울시의 태양광 보급량 목표는 316㎿지만, 2025년 누적 보급량은 40㎿에 그쳤다. 목표에 87.3% 부족한 것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태양광이 매년 55㎿씩 설치돼야 한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설치량이 가장 많았던 2022년에도 설치된 태양광이 4㎿에 불과해 현재 속도로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최근 5년 동안 서울시의 신규 태양광 설비용량 실적은 매우 저조했다. 재생에너지 클라우드플랫폼 자료를 보면, 서울시의 신규 태양광 설비용량은 2021년 3.4㎿(발전소 59개), 2022년 4㎿(28개), 2023년 2㎿(16개), 2024년 0.3㎿(8개), 2025년 1.2㎿(14개)다. 반면 같은 기간 경기도는 2021년 222㎿(1773개), 2022년 181㎿(1733개), 2023년 213㎿(1958개), 2024년 340㎿(3026개), 2025년 480㎿(4552개)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태양광 보급과 관련해 서울시와 경기도가 이렇게 극명하게 대비되는 원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지사의 정책 차이 때문으로 평가된다. 보고서에서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의 기준가격이 시장가격보다 낮을 때 그 차액을 보조해주는 제도인) 발전차액지원제도(FIT)와 기후변화기금 저리융자는 2021년 오 시장 취임 이후 운용이 중단됐다가 이듬해 폐지됐고, 미니태양광 보급 사업도 일부 자치구를 제외하면 중단된 상태”라며 “현재 (외벽, 지붕, 창호 등) 건물일체형태양광(BIPV) 사업이 유지되고 있지만 2025년 예산 규모가 3억원에 그쳐 도시 전반에 태양광 보급을 견인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소규모 발전사업자, 일반 가구, 협동조합, 자치구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할 수 있었던 보조금, 가격지원, 저리금융 체계가 사실상 무너진 결과”라고 덧붙였다.

 

정책이 만든 격차, 서울과 경기도

 

반면 경기도에서는 김 지사 취임 이후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경기 알이(RE)100’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이를 통해 산업단지 내 태양광 설치 확대, 아파트 옥상·베란다 태양광과 주택 태양광 지원, 저리융자와 특별보증 등을 통해 공공기관, 산업단지, 도민 부문 등을 아우르며 태양광을 확대해왔다. 보고서에서는 “다양한 주체가 참여할 수 있는 가격지원, 금융, 보급 인프라를 경기도는 갖추고 있고, 서울은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 생활권에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학교와 아파트 옥상·주차장 등 유휴 공간에 태양광 설치 확대 △임차인·임대인 구분 없이 베란다형 태양광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 마련 △보조금, 저리융자 등 금융과 재정 지원 패키지 도입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

고이지선 팀장은 “도넛 모델로 서울을 들여다보니 평균값과 총량 지표만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취약성이 사회적 기초와 생태적 한계 양 측면에서 동시에 드러났다”며 “앞으로 서울의 정책은 취약한 영역의 균열을 메우고, 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사회적 기반과 기후위기에 대응할 생태적 기반을 단단히 세울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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