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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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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 검출’ 송홧가루가 안전하다고?

소나무재선충 예방 위한 ‘나무주사’, 산림청 해명에도 의혹 여전해… “정밀 검증해야”
등록 2024-05-03 14:58 수정 2024-05-07 08:16
소나무 남성 꽃에서 꽃가루(송홧가루)가 피어나고 있다. 국립수목원 제공

소나무 남성 꽃에서 꽃가루(송홧가루)가 피어나고 있다. 국립수목원 제공


여름 같은 봄이다. 4월에 이미 한낮 기온이 30도까지 오른다. 경남 김해 부곡동 한 아파트에 사는 김현경씨는 이런 날씨에도 창문을 꼭꼭 닫아건다. 아파트 내 소나무 60여 그루마다 꽂혀 있는 고독성인 ‘푸른솔’(아바멕틴·설폭사플로르) 농약병들을 보고부터다. “농약이 소나무 물관을 타고 잎으로 가고 송홧가루로 배출돼 날아다니잖아요. 우리 아파트에 임산부도 살고 갓난아기도 살잖아요. 식약청(식품의약품안전청)에 전화로 물어보니 송홧가루는 ‘식품이 아니라서 검사를 안 한다’는 거예요. 위험하다 싶어 관리사무소에 얘기했더니, 산림청에서 ‘안전하다’고 했답니다. 정말 괜찮은지….” 김씨가 말했다.

소나무 꽃가루(송홧가루)는 매년 4~6월 바람을 타고 이동한다. 수도권 기준 5월 초·중순이 절정이다. 소나무가 모여 사는 큰 숲에선 마치 노란 구름이 일렁이는 듯 장관이 연출된다. 산림뿐 아니다. ‘국민 나무’ 소나무는 주택가·공원 등 도시 곳곳에서도 자란다. 이 시기 아파트촌에선 한낮에 창문을 열어둔 뒤 방바닥을 훔치면 걸레가 노랗게 물든다. 송홧가루 때문이다. 봄철 비염·알레르기의 주범으로 알려진 송홧가루가 최근엔 ‘농약 가루’ 논란에 휩싸였다. 소나무재선충(하늘소류 숨구멍에 살다가 소나무 속으로 침투하는 1㎜ 크기 선형동물)을 잡겠다며, 산림청·지방자치단체는 물론 민간 영역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농약은 과연 사람과 생태계에 안전할까. <한겨레21>이 산림청과 시민단체·전문가에게 물어본 뒤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재구성해본다.

 

‘정말 안전할까?’ 나무주사(농약)가 주입된 소나무에 ‘잣구과 및 솔잎 식약용 채취 금지’라는 문구가 적힌 표찰이 붙어 있다. 안실련 제공

‘정말 안전할까?’ 나무주사(농약)가 주입된 소나무에 ‘잣구과 및 솔잎 식약용 채취 금지’라는 문구가 적힌 표찰이 붙어 있다. 안실련 제공


식약처 기준보다 9∼160배 더 나온 잔류농약

—소나무재선충 방제를 위해 쓴 나무주사의 농약 성분이 송홧가루에 남아 있다는데 정말인가요.

“산림청도 송홧가루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된다는 사실은 인정합니다. 농약 성분 검출 여부는 산림청 입장에서 딜레마 상황입니다. 나무 속 재선충을 휴면에 들어가도록 유도하고, 솔수염하늘소·북방수염하늘소 등 소나무재선충을 옮기는 매개 곤충이 농약 성분이 남아 있는 솔잎을 먹고 죽도록 하는 것이 나무 밑동에 나무주사를 주입하는 목적입니다. 솔잎이나 송홧가루에 농약 성분이 남지 않았다면 ‘방제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고, 반대로 농약 성분이 남아 있다고 하면 ‘사람에게 해롭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농약 송홧가루’ 논란은 2024년 4월23일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이 국립산림과학원이 낸 연구보고서(‘소나무재선충병 선제적 맞춤형 방제전략 및 기술연구’, 2020년)의 1∼2년차 송홧가루의 나무주사 농약 성분 잔류량이 식약청 허용 기준보다 9∼160배 높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불거졌습니다. ‘아바멕틴·설폭사플로르’ 성분 농약의 경우 1년차에 1609ppb(10억분의 1), 2년차에 444ppb가 검출됐습니다. 식약청이 농약 인체 허용기준 농도인 10ppb의 각각 160배, 44배 높은 수치입니다. 안실련이 이 농도에 맞춰 처리한 물에 송사리 10마리를 넣어 48시간 이내에 모두 죽는 실험결과를 함께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농약 방제가 효과적임을 입증하기 위한 연구결과가 안전성 논란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겁니다.”

 

2024년 4월23일 산림청이 낸 홍보자료.

2024년 4월23일 산림청이 낸 홍보자료.


—산림청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산림청은 2024년 4월25일 ‘소나무 살리는 재선충병 나무주사 안심하셔도 됩니다!’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합니다. 크게 세 가지를 주장합니다. ‘①나무주사는 농약관리법에 따라 농촌진흥청에서 △이화학적 분석과 독성 △약효 및 약해 △인축 독성 △환경생물 독성 △작물 및 환경 잔류성 등 안전성을 검증한 약제(농약)다. 나무주사 약제는 채소·과일에도 사용된다. ②송홧가루는 크기가 40㎛ 수준으로 미세먼지(10㎛)보다 커 인체에 흡수되기 어렵다. 흡수된다고 해도 양이 적어 해롭지 않다. ③나무주사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위한 유일한 예방 방법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본질을 호도하는 동문서답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중진 안실련 공동대표(보건학 박사)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송홧가루가 천식·폐 기능 저하의 원인이 된다는 등 미세먼지보다 커도 흡입된다는 연구결과도 많습니다. ‘농도’라는 기준이 이미 나와 있는데 ‘섭취량’이라는 기준을 억지로 끌어들여서 괜찮다는 겁니다. 그럼 ‘청산가리도 희석해서 먹으면 괜찮다’는 얘기가 됩니다. 궤변입니다. 또 같은 농약도 채소·과일류에 사용할 땐 수천 배 이상 물에 희석하지만, 나무주사로 사용할 땐 원제를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은 외면합니다. 산림청에서 나무주사를 놓은 숲의 솔잎과 잣을 채취하지 말라고 출입을 제한하는 것도 잔류 농약이 위험하다는 점을 알기 때문 아닐까요. 송홧가루 꽃가루에는 공기주머니가 달려 바람을 타고 최대 64㎞까지 이동합니다. 요즘 송홧가루가 펄펄 날립니다. 이걸 들이마실 때 농약이 인체에 들어오는 건 아닌지, 정말 안전한지 검증해보자는 건데 산림청은 딴소리만 합니다.’ 실제로 ‘워록’(에마멕틴벤조에이트) 농약의 사용설명서를 보면 가지에 사용할 땐 물 20ℓ에 농약 10㎖를 섞도록(2천 배 희석) 안내하고 있습니다.

‘정말 안전할까?’ 나무주사(농약)가 주입된 소나무 숲에 ‘잣 채취 및 식용 금지’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이 걸려 있다. 안실련 제공

‘정말 안전할까?’ 나무주사(농약)가 주입된 소나무 숲에 ‘잣 채취 및 식용 금지’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이 걸려 있다. 안실련 제공


또 산림청 ‘약종선정 자문위원회’ 등 소나무재선충병 농약 안전성을 점검하는 과정에 의사 등 보건전문가가 포함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송홧가루를 식품 등으로 보지 않아 농약 잔류 문제를 너무 느슨하게 관리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허성우 순천향대 구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가 설명했습니다. ‘일단 농약으로 등록됐다는 것이 사람이 마시거나 흡입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특히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에서 송홧가루·솔잎은 먹는 음식으로 취급합니다. 다른 나라 사례로 우리나라 송홧가루나 솔잎의 농약 안전성을 판단하긴 어렵죠. 대량으로 섭취하지 않는 이상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인체 안전성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고 봅니다.’ ‘네이버 쇼핑’에서 검색하면 송홧가루 분말은 물론 송화차·송화주·송화장(된장) 그리고 솔잎·솔잎주·솔잎차 등등 송홧가루·솔잎을 이용한 수백 가지 다양한 송홧가루 제품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전국이 송홧가루 영향권인데 안전성 기준은

 

—그래도 재선충병으로 소나무가 죽어가는 걸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산림청은 재선충병을 ‘에이즈’에 비유하며 심각한 병인 점을 강조합니다. 나무주사에 대해 ‘재선충이 들어가도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유일한 예방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농약에 의존한 산림청 방제가 실패한 정책이라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2015년 산림청은 ‘2017년 완전방제’를 목적으로 총력 방제에 나섰지만 재선충 발생 지역은 2015년 169만㏊에서 2022년 368만3천㏊로 2배 이상 급증했고, 발생한 시·군·구도 이 기간 104곳에서 137곳으로 늘었습니다.

산림청은 ‘기후변화’ 탓을 하지만, ‘농약 의존 방제의 한계다’ ‘자연적인 천이과정에 인위적으로 개입해 세금만 낭비하고 있다’는 등의 비판이 나옵니다. 2023년 전국 산림시공 분야 종사자의 86.4%가 ‘현행 방식의 방제로는 재선충병 확산을 막을 수 없다’고 답한 설문조사 결과(500명 대상, 윤미향 무소속 의원실 조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2017년부터 현장에서 재선충 방제를 하는 윤상갑 산림기술사가 설명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재선충병 방제는 1970∼1980년대 일본 방식을 따온 겁니다. 그런데 일본은 이미 1990년대 초반 나무주사나 훈증 등 방식이 실패했다고 인정하고 폐기했어요. 재선충에 걸리면 그냥 베어서 목재로 씁니다. 꼭 필요한 문화재 등에 대해서만 고추밭에 고추 약을 뿌리듯 최소한으로만 방제할 뿐입니다. 우리나라의 농약 의존 방식은 매개충이나 재선충의 내성만 키워서 더 강한 농약을 써야 하는 악순환만 초래합니다. ‘아바멕틴·설폭사플로르’(농약)의 경우 아바멕틴과 설폭사플로르를 섞은 겁니다. 아바멕틴만으로는 효과가 없게 되자 두 농약을 섞어서 더 강한 성분을 만들어 2018∼2019년부터 쓰고 있습니다. 우리 전국 모든 지역이 농약 송홧가루의 영향권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 농약이 어디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아무도 모르는 게 현실입니다.”

2024년 4월28일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부곡리 모두베기로 황폐해진 산림에 ‘특별방제구역’ 안내 펼침막이 걸려 있다. 산림청은 “소나무재선충병이 극심하기 때문에 수종 갱신을 한 것”이라고 변명하지만,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그간의 농약 중심 재선충병 방제 실패는 인정하지 않고 재선충을 핑계로 또다시 산림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안실련 제공

2024년 4월28일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부곡리 모두베기로 황폐해진 산림에 ‘특별방제구역’ 안내 펼침막이 걸려 있다. 산림청은 “소나무재선충병이 극심하기 때문에 수종 갱신을 한 것”이라고 변명하지만,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그간의 농약 중심 재선충병 방제 실패는 인정하지 않고 재선충을 핑계로 또다시 산림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안실련 제공


2024년 4월28일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부곡리의 한 산림이 모두베기로 황폐해져 있다. 산림청은 “소나무재선충병이 극심하기 때문에 수종 갱신을 한 것”이라고 변명하지만,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그간의 농약 중심 재선충병 방제 실패는 인정하지 않고 또다시 산림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안실련 제공

2024년 4월28일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부곡리의 한 산림이 모두베기로 황폐해져 있다. 산림청은 “소나무재선충병이 극심하기 때문에 수종 갱신을 한 것”이라고 변명하지만,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그간의 농약 중심 재선충병 방제 실패는 인정하지 않고 또다시 산림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안실련 제공


불가능한 재선충 완전 박멸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얘기도 들어봤습니다. ‘재선충이나 하늘소를 없애겠다는 건 세상에 모기를 없앤다는 발상과 같습니다. 모기가 없어집니까.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산림청에서 ‘실패했다’고 말하기 어려우니, 이제는 수종전환을 한다고 산에 있는 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있습니다. 재선충 핑계로 매년 수천억원 세금만 낭비하는 일만 되풀이하는 거죠.’ 2024년 3월 산림청은 대구 달성, 경북 안동·포항·고령·성주, 경남 밀양 등 소나무재선충병이 극심한 지역에서 모두베기 방식의 ‘수종전환’을 한다고 밝혔습니다. ‘30여 년 이어져온 농약 방제가 실패했다는 의미’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홍 교수 얘기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숲에는 소나무만 사는 게 아닙니다. 곤충과 새 등 여러 동물이 함께 살아갑니다. 소나무 살린다고 농약을 써서 생태계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숲의 천이과정을 보면 소나무숲이 유지되는 기간은 매우 짧습니다. 재선충병으로 의심돼 죽은 소나무만 골라서 검사해봐도 재선충으로 죽는 비율은 10%도 안 됩니다. 소나무가 죽고 (손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참나무 등 낙엽활엽수가 자랍니다. 긍정적인 현상으로 봐야 합니다. 소나무숲이 (재선충병으로 죽고) 참나무숲으로 변하는 게 재앙입니까, 숲을 없애고 농약 범벅 송홧가루를 마시게 하는 게 재앙입니까?’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 관련 영상 보러가기  

https://youtu.be/RP-XLilyLUc?si=2wc-6lwAyM3vhs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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