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7말8초’의 여름 한복판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연일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아직 본격적인 무더위가 펼쳐지는 ‘삼복더위’ 중 초복(7월16일)도 시작되지 않은 시점임을 떠올리면 살짝 당혹스러워진다.(이 글은 7월14일에 썼다)
이번 여름은 초반부터 세게 다가왔다. 단순히 느낌만이 아니다. 각종 기록이 때 이른 무더위를 입증한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을 보면, 2022년 7월2일과 3일 전국 평균 최고기온은 이틀 연속 33.3도로 관측됐다. 역대 최악의 폭염이 덮쳤던 2018년 6월24일 기록한 32.7도보다 0.6도 높다.(2022년과 2018년 모두 6월1일~7월13일 기록에 한정) 열대야도 2018년 6월엔 없었지만, 2022년 6월엔 1.2일 있었다.
때 이른 무더위는 사상 최고의 상반기 전력거래량 기록으로 이어졌다. 7월11일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의 말을 종합하면, 2022년 상반기 전력거래량은 26만9432GWh(기가와트시)로 2021년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했다. 기존 최고치였던 2018년 상반기 26만2555GWh를 넘어선 새로운 기록이다. 상·하반기를 통틀어 보면, 2021년 하반기 27만7630GWh와 2018년 하반기 27만4506GWh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많은 거래량이다. 통상적으로 냉방 전력수요가 집중되는 등 7~8월이 포함된 하반기 전력거래량이 상반기보다 높은 편임을 고려하면 2022년 상반기 전력거래량 기록은 이례적이다.
이른 폭염은 비단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6월 세계 평균기온은 기상관측 사상 세 번째로 높았다. 세계기상기구(WMO)와 유럽연합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CCS)는 7월11일 “6월 세계 평균기온이 평년값(1991~2020년 평균)보다 0.32도 높았다. 이는 2019년과 2020년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라고 밝혔다. 6월 유럽의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1.57도 높았다. 이는 2019년에 이은 역대 2위 기록이다.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는 최고기온이 40도를 넘었다. 노르웨이 바나크에서는 일 최고기온 32.5도를 기록했는데 북극권에서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높은 기온이다.
이뿐 아니다. 장마철 한가운데 있는 한국의 중부지방엔 폭우가 쏟아지는 반면 남부지방은 가뭄으로 댐 바닥이 쩍쩍 갈라지고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이례적인 현상이다. 또 기상청 산하 국립기상과학원의 ‘2021 지구대기감시보고서’를 보면, 이산화탄소보다 온실가스 효과가 훨씬 큰 메탄의 2021년 한국에서의 농도는 2005ppb로 역대 최고치였다. 최근 10년(2012~2021년) 평균의 2배를 넘을 정도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이산화탄소 농도도 2021년 423.1ppm으로 1987년 관측 시작 이래 최고농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금 상황은 공통적으로 ‘기후위기’라는 한 방향을 가리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상기후 현상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현상이 늘어날 것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이제 장마전선이 물러나면 본격적인 폭염과 열대야의 한여름이 펼쳐질 것이다. 해마다 이 시기엔 온열질환과 가축 폐사가 급증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과 안전사고, 가축 폐사에 각별한 대비가 필요하다. 기후위기 속 올여름은 긴 여름이 될 것 같다.
김규남 한겨레 스페셜콘텐츠부 기후변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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