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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개발에 브레이크를 걸어라

등록 2022-06-15 23:28 수정 2022-06-17 14:37
일러스트레이션 장광석

일러스트레이션 장광석

‘개발’에 맞서 제주를 지키는 ‘할망’들을 만났다.

2022년 5월17일 제주시 연동 제성마을에서는 도로 확장 과정에서 왕벚나무들이 베어진 것에 분노하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1979년 제주국제공항의 대규모 확장으로 터전인 몰래물마을에서 쫓겨나 제성마을에 정착한 이들이다. 허허벌판인 제성마을 터에 마을 주민이 합심해 왕벚나무 14그루를 심었다. 그렇게 40여 년간 자식처럼, 남편처럼, 자기 자신처럼 바라보던 왕벚나무 12그루가 ‘개발’ 때문에 베어졌다. 팔순 넘은 할망들은 벌목을 규탄하는 집회와 기자회견에 앞장섰다.

6월2일엔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서 하수처리장 증설을 막는 해녀 할망들을 만났다. 이들은 8개월째 순번을 정해 24시간 보초를 서면서 공사를 저지하고 있었다. 앞서 한 차례 이뤄진 증설로 바다가 어떻게 망가졌는지를 똑똑히 본 해녀들은 바다를 스스로 지키려고 나섰다.

이날 찾은 제주 비자림로 공사 현장에서는 우렁차게 우는 새들을 마주했다. 휴대전화로 새들을 촬영한 뒤 전문가 오윤애씨에게 물었더니, 천연기념물 두견이라고 했다. 오씨는 “지금이 두견이 새끼가 밖으로 막 나오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런 때 3년 만에 비자림로 공사가 재개돼, 나무가 마구 베어지는 것이다. 포유류와 달리 새는 자궁이 없다. 새의 둥지는 포유류의 자궁과 같은 존재다. 이날 잘려나간 나무에 있었을 둥지는 어떤 생명체의 자궁이었을지 모른다.

삼나무숲 훼손 논란에 2018년 비자림로 공사가 중단됐던 것처럼, 제성마을과 월정리에서 다시 시작된 꿈틀거림이 제주의 난개발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까.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1417호 표지이야기

도로 낸다고 벤 40살 왕벗 살리는 제주 할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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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물 바다에 그 흔한 우뭇가사리도 없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2144.html

중문, 골프장 개발에 제주 주민은 어디 있나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214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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