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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그루 나무 심기? 숲은 백년지대계

‘30억 그루 나무 심기’ 정책 비판에 민관 협의체 띄운 산림청
등록 2021-06-12 02:53 수정 2021-06-14 11:13
한국에서 제대로 된 숲을 보려면 앞으로 30~50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경기도 포천시 국립수목원의 전나무숲. 산림청 제공

한국에서 제대로 된 숲을 보려면 앞으로 30~50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경기도 포천시 국립수목원의 전나무숲. 산림청 제공

산림청은 최근 큰 논란을 일으킨 ‘30억 그루 나무 심기’ 정책과 관련해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산림청은 6월3일 보도자료를 내어 “산림부문 탄소중립 추진전략(안)’과 관련해 논란을 빚은 쟁점들에 대해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 논의하고 합의해 전략을 수정·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정책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쟁점만 검토” vs “전면 재검토”

5월14일 환경운동가인 최병성 목사가 <오마이뉴스>에 ‘산림청이 저지른 엄청난 사건, 국민 생명 위험하다’라는 기사를 쓴 지 꼭 20일 만이었다. 최 목사의 고발 뒤 <조선일보>가 발 빠르게 따라붙었고, <한겨레21>도 제1364호 ‘나무 모두 베서 민둥산 만드는 산림 정책 왜?’, 제1365호 ‘민둥산 사태는 산림청이 일으켰다’ 기사를 연속으로 내보냈다.

<한겨레21>의 첫 기사는 산주들이 벌기령(베기 허용 나이)을 막 지난 젊은 나무를 모두 베고 새로 심는 일이 왜 벌어지는가를 보도했다. 정부의 새로 심기 지원에 원인이 있었다. 또 30~40년 된 기존 나무를 베고 새로 심는 일이 탄소배출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자연숲보다 탄소배출을 42배까지 늘린다는 점을 고발했다.

두 번째 기사는 한국의 벌기령이 유럽의 숲 선진국보다 너무 낮고, 벌기령이 막 지난 나무를 베면 제대로 된 목재로 쓸 수 없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로 인해 베어진 나무의 90% 가까이가 조각과 가루, 펄프, 땔감 등 가장 가치가 낮은 상태로 쓰인다는 사실을 고발했다.

현재 산림청과 환경단체들은 민관 협의체 구성을 위해 논의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2~3개 정도 분과를 만들어 산림순환, 바이오매스, 탄소중립 등 주요 쟁점을 집중적으로 다루자고 제안한 상태다. 다음 주중엔 산림청이 추천받은 전문가 명단을 환경단체에 제시하고 함께 조정할 계획이다. 이르면 다음 주중 민관 협의체가 발족할 수도 있다.

물론 산림청과 환경단체의 생각엔 약간 온도 차이가 있다. 산림청 이미라 산림산업정책국장은 “쟁점이 된 사안들을 검토하는 것이고, 산림청의 탄소중립 정책 전반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명희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30억 그루 나무 심기 등 무리하게 잡은 산림청의 사업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이번 논란의 모든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민관 협의체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이슈를 제기한 최병성 목사는 “먼저 정부가 30억 그루 나무 심기 정책과 모두베기 방식을 중단한다고 선언해야 한다. 그다음에 민관 협의체를 운영해야 발전적 논의를 할 수 있다. 이대로라면 협의체에서 서로 이견을 내고 시간만 끌다 유야무야될 것이다. 협의체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최소 30~50년 더 기다려야

벌기령이 최소 70~80년, 길게는 100년 이상 되는 숲 선진국에서 보듯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은 말 그대로 ‘백년대계’다. 한국에선 이것이 25~50년짜리 ‘소계’에 그친다. 결국 이 문제는 이 사회가 숲을 지금보다 두세 배쯤 더 긴 안목으로 바라볼 수 있느냐다. 현재 한국 숲의 나이는 40~50살 정도 됐다. 제대로 된 숲을 보려면 최소 30~5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과연 한국 사회는 기다릴 수 있을까.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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