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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여, 굴러온 복 차지 말자

등록 2007-07-06 00:00 수정 2020-05-03 04:25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지정, 주민 참여를 바탕으로 한 보존과 탐방 대책을

▣ 서재철 녹색연합 녹색사회국장

제주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지정하는 세계자연유산으로 6월27일 등재됐다. 이번에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거문오름 용암동굴계∼성산 일출봉을 잇는 지역으로 제주도 전체 면적의 10.1%에 이르는 188.4㎢(공유수면 1.2㎢ 포함)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지정된 세계유산은 석굴암·불국사(1995), 해인사 장경판정(1995), 종묘(1995), 창덕궁(1997) 등 7곳이 있었지만 모두 문화유산이었다. 우리나라 자연유산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자연유산은 세계문화유산에 견줘 희소하고 지정되기도 까다롭다. 2006년 8월 현재 지정된 세계문화유산은 644건이지만, 자연유산은 162건에 불과하다. 자연유산이 문화유산에 견줘 4배 정도 더 희귀하다는 어림 계산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제주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것은 우리 국토가 국제적 공인과 평가를 받은 셈이다. 세계자연유산 등록으로 제주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제주 세계자연유산은 제주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한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된다. 국제 여행사의 상품을 분석해보면 70% 정도가 유네스코 자연·문화유산 등재 지역에 몰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994년 하롱베이 일대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베트남의 경우 23만6천 명 수준이던 관광객이 2005년에는 150만 명으로 늘었다. 이런 점에서 제주도는 국제적인 관광지로 거듭나는 절호의 기회를 얻은 것이다.

제주도의 공원 관리 능력 지적 많아

그러나 제주도가 바로 ‘희망의 땅’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자연유산에 걸맞은 관리가 있어야 한다. 제주도의 새 화두는 이제 ‘보전’과 ‘이용의 조화’다. 세계적 자연을 적정하게 이용하면서 그것을 잘 보존하고 지역 주민들이 그 이익을 누릴 수 있는 방법, 즉 지속 가능한 자연유산의 관리 방법을 만드는 게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램객을 위한 탐방 대책이다. 이번에 자연유산으로 등록된 한라산 국립공원 정상부, 만장굴, 김녕굴, 성산일출봉 등은 이미 유명한 관광지였다. 이제는 기존의 관성대로 이 지역을 관리하면 곤란하다. 국제적인 수준에 맞는 탐방 시설과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관리를 해야 한다. 정부와 제주도는 물론이고 지역주민, 시민사회, 전문가 그룹 모두가 세계자연유산의 수준에 걸맞은 탐방관리 대책을 준비하고 실천해야 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국립공원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국내 20개의 국립공원 가운데 제주도와 경주만이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고 나머지 18개소는 중앙정부인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담당한다. 제주도는 국립공원을 관리해온 경험이 있지만, 그동안 제주도의 공원 관리 능력에 대한 지적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한라산 관리에서도 그동안 논란이 많았고, 나머지는 탐방관리라고 표현하기도 어려운 수준이었다.

동강의 쓰라린 경험을 잊지 말라

이번에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지역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제주도에는 ‘곶자왈’이라는 국제적 생태보고가 있다. 용암지대 위에 독특한 지하수 순환구조에 의해 형성된 희귀한 숲이다. 전세계에서 하와이 일부와 제주도에만 존재한다. 그런데 이런 곶자왈에 골프장 허가를 내주고 관광단지 건설을 부추긴 것이 제주도청이었다. 심지어 곶자왈 한가운데에 문화방송 드라마 의 촬영장까지 허가해주었다. 제주도의 관광에 대한 접근법은 아직도 여전히 골프장, 리조트, 호텔 등 대규모 자본 유치를 불러 막개발을 일으키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중앙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는 세계유산의 시대에 맞는 방문자 대책을 마련하고, 자연유산의 보전과 적절한 이용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역주민의 참여다. 세계자연유산은 세계적인 관광명소이자 자연의 보고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유네스코 역시 세계자연유산 등재 결정을 내릴 때 이 대목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세계자연유산 담당자 김은영 간사는 “세계자연유산에서 지역 참여, 주민 참여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자연유산의 보전과 관리에서 주민 참여가 얼마나 실천되는지가 자연유산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실현시키는 기본입니다. 정부와 제주도 모두 이 점을 깊이 인식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자본에 의한 개발이나 정부의 대규모 지원만 있는 관리는 세계자연유산과 거리가 멀다. 주민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관리, 여기에 정부 지원이 결합된 형태가 바람직하다. 이는 관광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도 될 것이다. 기존의 관 주도 방식으로 제주도에 접근하면 제주를 향한 세계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제주도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로 국내의 자연 관련 보호지구의 개념과 제도에도 여러 가지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국립공원, 생태경관보전지역, 천연보호구역, 산림유전자원보호림, 습지보전지역 등 국가적인 보호지구 제도를 정해두고 관리해왔다. 하지만 국내 기준은 국제사회가 보호지구에 대해서 기대하는 엄격한 기준과는 거리가 있었다. 경제 투자에 견줘 후세에 물려줄 자연자원에 대한 정부의 투자와 관리 수준은 후진적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우리나라의 자연환경 보전에서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지속 가능한 관광의 시험대

1996년 설악산 국립공원에 대해 유네스코가 생물권 보전지구 지정을 검토한 적이 있다. 당시 유네스코의 선정위원들이 설악산 현지를 방문했다. 생물권 보전지구는 세계자연유산보다 한 등급 아래의 국제자연보호 지역이다. 그런데 설악동 일대의 상인 등 주민들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구 지정에 강하게 반대했다. 펼침막을 걸고 실시단의 방문을 반대했다. 결국 설악산 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구로 지정되지 않았다. 세계자연유산이든 생물권보전지구든 지역 주민들의 참여가 중요한 평가 사항이기 때문이다. 굴러온 복을 내팽개친 것이다. 당시 주민들은 보전지구에 대한 규제만 의식하고 그것이 지니는 지속 가능한 차원의 관광 가치를 인식하지 못했다. 주민들의 잘못도 있지만 국립공원이나 주요 자연생태 지역의 지속 가능한 관리라는 사회적 인식이 없었던 탓이 크다. 그런 점에서 제주도의 세계자연유산 등록은 우리나라에서 주민이 참여하는 지속 가능한 관광이 가능한지를 가늠하는 국제적 시험 무대가 될 것이다.



제2·제3의 후보지는?

비무장지대·울릉도와 독도·백두산과 개마고원 등

제주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로 국내에도 세계자연유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에 이른 2·3의 후보지는 어디쯤일까?
한반도에서 제주도에 필적할 만한 생태적 가치를 지닌 지역으로 꼽히는 곳은 △비무장지대 △울릉도·독도 △백두산·개마고원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가 기대되는 곳이 비무장지대다.
외국의 생태학자나 지리학자들에게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단박에 물어보는 곳이 바로 비무장지대(DMZ)다. 세계의 온대림 지역에서 사람의 접촉 없이 54년 동안 유지된 길이 248km, 너비 2km가량의 지역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또 비무장지대 주변에는 재래식 전력이 집중돼 있고, 그에 따른 군사시설도 많다. 이런 시설은 미래에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
울릉도도 빼놓을 수 없다. 울릉도는 정밀한 조사를 통해 즉각적으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해도 모자람이 없는 지역으로 꼽힌다. 전세계에서 오직 한국의 울릉도에만 서식하고 있는 식물들이 수십 종이나 된다. 식물상으로 따지면 전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종 다양성이 가장 높다. 마다가스카르, 갈라파고스보다 높다. 신현탁 경상남도 산림환경연구원 박사는 “우리의 자연 중 세계적 의미 부여에서 제1순위로 꼽히는 곳이 울릉도”라며 “자연사적 가치부터 유전자원까지 체계적 조사와 관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독도도 지질적 발생과 형성이 세계적인 가치가 있는 것으로 언급되고 있다.
북한 지역의 경우 구체적인 검토는 없었지만 추측 가능한 대상지는 백두산과 개마고원 등이 꼽힌다. 특히 백두산은 천지를 중심으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될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은 경관적 가치는 상당하지만 생태적인 차원에서는 더 정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우리에게는 민족 으뜸의 자연자원이지만, 국제적인 차원에서는 희귀성과 유일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667호 주요기사

▶두근대는 마음으로 지켜보라 하남의 뜨거운 7월

▶피로야 가라~ 우울아 가라~

▶네 멋대로 떠나라

▶창 끝에 발라진 꿀, 감세
▶왜 역사소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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