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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칭궈] 우리 동네 골동품, 둥스푸

등록 2004-06-18 00:00 수정 2020-05-03 04:23

베이징= 글 · 사진 박현숙 전문위원 strugil15@hanmail.net

둥칭궈(董慶國·33)씨는 자전거 고치는 일을 한다. 베이징의 한 아파트 숲들 사이에 위치한 작은 길거리가 그의 가게이다. 주변의 많은 수리공들이 다른 곳으로 떠났지만 그는 몇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6시부터 밤 8시께까지 이 길거리 가게에서 일한다.

몇년을 그 자리에 붙박이로 있다 보니 이제는 남다른 ‘감정’까지 생겼다. 단골손님들도 그에게 남다른 감정을 품는다. 7년을 한자리에 있는 동안 그는 그 동네의 ‘골동품’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이웃에 누가 살고 있는지는 몰라도 ‘둥스푸’(董師父)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가 이렇게 ‘사랑’을 받는 것은 탁월한 자전거 수리기술 덕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의 인간적인 매력에 있다. 그를 한번이라도 만나본 사람은 누구나 다 그의 ‘팬’이 될 정도로 그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이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고향 쓰촨에서 건축 현장 잡공일 등을 하다가 매형에게 자전거 수리일을 배우면서 베이징에 ‘진출’했다. 길거리 자전거 수리점이기는 해도 그는 어엿한 사장님이다. 그의 밑에서 자전거 수리 기술을 배우는 18살 어린 ‘제자’도 있다.

그러나 그는 요즘 부쩍 걱정이 많아졌다. 대부분은 ‘돈걱정’이다. 7살짜리 아들과 이제 갓 한살 된 딸을 둔 두 아이의 아빠인 그는 최근 큰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학비 문제로 고민을 많이 한다. 생활비 가운데 가장 많은 지출을 차지하는 학비에 지금보다 돈을 더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길거리에서 수리점을 하고 있지만 나중에 목돈이 마련되면 자전거 가게를 차리는 게 꿈이다.

자전거는 베이징에서 사라져가는 것들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그는 “내 자전거 수리 기술이 이렇게 좋은데 어떻게 자전거가 사라지겠느냐”며 진담 같은 농담을 한다. “둥스푸, 자전거를 잘 고쳐줘서 고마워. 아무리 타도 고장이 안 나. 진짜 고마워!” 한 단골손님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가 일부러 그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둥스푸’의 까만 기름때 묻은 얼굴 위로 다시 환한 웃음이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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