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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농산물은 농약이 고프다

등록 2008-02-22 00:00 수정 2020-05-03 04:25

환경단체 ‘지구의 벗’ 보고서, 독성이 강한 제초제 사용이 15배까지 늘어

▣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모두에게 ‘유리하다’고 했다.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많아 소비자와 농부가 ‘윈윈’할 수 있다고 했다. 병충해에 강해 농약 사용을 줄일 수 있으니, 환경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했다. 게다가 식량위기의 공포를 단숨에 잠재울 수 있다고 했다. 우리 시대의 기적, 유전자조작(GM) 농산물에 대한 환상은 그렇게 커져갔다.

‘우리 시대 기적’의 환상

1990년대 중반부터 상업적 GM 농산물 재배가 시작됐으니 벌써 10년 세월을 넘겼다. 그럼에도 전세계 GM 농산물 경작지의 70% 이상은 미국과 아르헨티나 두 나라에 집중돼 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반대 시위가 들끓긴 했지만, 막상 촘촘한 실증적 분석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세계적인 환경단체 ‘지구의 벗’이 지난 2월13일 펴낸 46쪽 분량의 ‘누가 GM 농산물로 이익을 취하는가’란 제목의 보고서에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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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벗’은 보고서에서 ‘환상’ 깨기에 주력한다. 먼저 굶주림과 빈곤을 해결해줄 것이란 근거 없는 믿음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상용화한 GM 농산물 대부분은 가축 사료용이나 바이오 연료 생산용이지 식용이 아니다. 굶주림 해결에 직접적인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다. 작황이 뛰어나다는 점도 근거가 없다. 보고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GM 콩은 재래식 콩에 비해 산출량이 5~10%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GM 면화도 마찬가지여서 미국·아르헨티나·콜롬비아 등지에선 재래식 면화와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지난 2001~2002년 3229명의 소농이 GM 면화 재배를 시작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2006~2007년 그 수가 853명으로 줄었다. ‘경제성’이 떨어진 탓이다. 중국 최대 면화 재배지인 신장지구에서도 같은 이유로 재래식 면화 재배를 고집하고 있다.

‘지구의 벗’이 무엇보다 집중한 것은 GM 농산물이 ‘친환경적’이란 주장의 허구성이다. 이 단체가 미 농무부가 내놓은 자료를 기초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제초제에 내성이 강한 GM 농산물(RR) 재배가 늘면서 1994~2005년 글라이포세이트 같은 독성이 강한 제초제 사용이 15배까지 늘었다. 지난 2006년 한 해에만 GM 콩 재배에 사용된 글라이포세이트는 전년 대비 28%나 급증했다. 단위면적당 사용량도 급격히 늘어 1994~2006년에 GM 콩 재배지 1에이커(약 4천㎡) 당 독성 제초제 사용량은 150%까지 급격히 늘었다.

미국뿐이 아니다. GM 콩 재배를 많이 하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지에서도 글라이포세이트 사용량이 많아졌다. 잡풀의 내성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브라질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자료의 내용을 따 2000~2005년 글라이포세이트 사용량이 79.6%나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GM 콩 재배면적 증가율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누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가

아르헨티나에선 지난해 글라이포세이트에 내성이 강해진 ‘존슨 풀’이란 잡초가 경작지 12만ha을 휩쓸면서, 글라이포세이트 외에도 2500만ℓ에 이르는 제초제를 추가로 사용해야 했다. 이는 고스란히 생산단가를 높여 채산성을 떨어뜨렸다. 이 밖에 인도에선 병충해에 강하다던 GM 면화 재배에 재래 면화 재배와 동일한 수준의 농약이 사용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지구의 벗’의 보고서가 나온 날, GM 업계에서도 ‘지구촌 사용 생물공학의 현주소’란 제목의 연차보고서를 펴냈다. “GM 농산물은 농약 사용을 줄이고 굶주림과 빈곤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수행하고 있다”는 주장은 여전했다. GM 농산물 종자에 대한 특허권 수입에 급격히 늘고 있는 농약 사용량, ‘즐거운 비명’을 지를 사람이 누구인지는 애당초 정해져 있었던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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