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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낀 세대’가 고민이에요

등록 2019-10-03 12:55 수정 2020-05-03 04:29
김은정 제공

김은정 제공

김은정씨 엽서는 눈에 띄었다. 한가위 퀴즈큰잔치의 질문에 최선을 다해 또박또박 써놓은 글씨처럼 전화선 너머의 그녀 역시 질문을 곱씹으며 정갈하게 대답해갔다. 대학교 때 어학학원 선생님의 추천이라는 ‘특이한’ 경로로 신문 를 보기 시작했는데, 그녀가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들려준 바에 따르면 ‘신문을 안 읽게 된다 → 주간지가 좋을 것 같다 → 지하철 가판대에서 찾기 힘들다 → 정기구독을 하자’는 논리에 따라 정기구독을 2년 전부터 하고 있다. 한 통신회사에서 고객 해지 방지를 연구하는 부서에서 일한다. 사람 마음에 신경 쓰는 ‘감정 부서’라 그런지, 독자에게 말을 듣기보다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인상적인 기사로 ‘공장이 떠난 도시’를 꼽았다. 길어서 읽기 힘들지 않았나. 인터넷 등에서 보기 힘든 깊이 있는 주제의 기사였다. 서울에서만 살고 직장생활을 해서 지방의 산업 상황을 잘 몰랐다. 공장이 떠난 뒤 산업도시가 직면한 문제를 알게 되었다. 기사를 보통 다 하루에 읽지 않는 편이다. 사람 이야기 중심으로 쓰여 있어서 길다는 생각 없이 읽었다.

암환자 이야기를 다룬 ‘희망을 쏘아보지만’도 인상적인 기사로 꼽고, 필자로 아들을 잃고 우울증을 앓았던 체험을 쓴 책의 저자를 추천했다. 암환자들과 추천한 필자 모두 상실감을 극복하면서 폐쇄적인 사회에 부딪히는 용기가 대단하더라. 책 저자는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인데 글을 잘 쓰기도 했지만,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레드기획으로 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1990년대생과 꼰대 사이 ‘낀 세대’가 고민이라고 했다. 낀 세대로서 보기에 어떤가. 요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다루는 커피 광고와 똑같은 걸 많이 겪었다. 90년대생은 책임감에 대한 개념이 다른 것 같다. 업무가 남았어도 퇴근하고, 회사에서의 일보다 친구들과 모임이 중요하다. 꼰대는 ‘여자니까 그래야지, 남자니까 그래야지’ 같은 소리를 많이 한다. 그런데 이 사이에 있다보니, 윗세대는 90년대생에게 묶여 보이고 아랫세대는 윗세대에게 묶여 보인다.

좀더 다뤘으면 하는 기사가 있나. 동물 기사를 잘 보고 있다. 구조협회에서 입양한 강아지와 살고 있다. 실험동물로 지내던 강아지를 임보(임시보호)하고 있어서 집에 강아지가 두 마리다. 한 대학교수가 개를 복제 실험한 뒤의 일, 비글구조네트워크가 보호시설을 새로 짓는 일 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 생명임에도 존중받지 못하는 동물을 위한 기사를 부탁한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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