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이 2019년 3월 ‘후원제’를 시작한 지 반년이 지났습니다. 이후 기존 구독자 가운데 에 더 ‘투자’하고 싶은 분들과 여러 이유로 구독은 안 하지만 포털이나 소셜네트워크 등을 통해 콘텐츠를 만난 비독자분들의 후원이 이어졌습니다. 은 늘 궁금했습니다. 누가, 왜 을 후원하는지. 더 크게는 그저, 후원 독자분들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만났습니다. 후원 독자분들을 모두 만나고 싶었지만 정기 후원, 일시 후원 등 후원 방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부 후원 독자에게 제한적으로 연락했습니다. 8월27일 저녁 7시께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에서 후원 독자분들을 만났습니다. 양현주, 이은주, 송영옥, 이미옥, 박선영 등 후원 독자 5명이 참석했습니다. 이날 참석한 후원 독자들은 을 구독하면서 동시에 정기 또는 일시 후원을 하는 ‘구독자’와 ‘후원 독자’라는 두 가지 정체성을 가진 분들이었습니다.
후원 독자들과의 수다는 길어졌습니다. 개인적 이유로 8시30분께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겠다던 한 후원 독자는 밤 10시가 다 되는 시간까지 함께했습니다. ‘후원자’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인 기존 독자들은 뉴스룸에선 짐작할 수 없던 다양한 질문을 던졌고, 후원제에 대한 의 고민을 명쾌하게 해결해줬습니다. 후원 독자들과의 대담을 보고 궁금증이 생긴 후원 독자분들은 독자 전용 휴대전화(010-7510-2154)로 문자메시지를 남기거나 류이근 편집장의 전자우편(ryuyigeun@hani.co.kr)으로 문의하면 답변해드리겠습니다.
“후원해달라고 말해줘 고마웠다”이은주 신문 가 창간된 1988년 대학에 들어갔다. 창간 때부터 관심이 많았다. 직장 다니면서도 근무지에서 를 받아 봤다. 근무지가 바뀔 때마다 새 주소로 옮겨 구독했다. 도 1994년 창간 이후 정기 구독했다. 도 딸 이름으로 보고 있다. 지출액이 많아져 집중과 선택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었는데 이 후원해달라고 솔직하게 말해줘 고마웠다. 힘들다고 아무한테나 말할 수도 없었을 거다. 독자에게 기회를 줘서 고마웠다. 일회성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후원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미옥 얼떨결에 초대받아 면구스럽다. 후원제 덕분에 숨통이 하나 트인 것 같다. 후원제 도입 전에는 다른 사람이 을 정기 구독을 할 수 있게 구독료를 대신 내주는 방법밖에 없었다. 게다가 서울 광화문광장에 가서 날마다 촛불시위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다양한 사회활동을 할 수 있게 숨통을 틔워줘 고맙다.
바빠서 제1254호 표지이야기 ‘ 후원제를 시작합니다’를 늦게 본 게 아쉬워 화가 날 정도였다. 기회 되면 펀드 모으듯 을 후원하는 재미가 생겼다.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 대출)을 덜 메우고라도 을 후원한다. 부모님은 여윳돈이 생기면 빚을 갚으라고 하지만 100이 있으면 절반은 날 위해 투자할 거다. 남들이 보면 날 바보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가치 있는 소비다.
송영옥 ‘암수 범죄’처럼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암수 독자’ 같은 존재였는데 후원 독자로 참석하게 돼 민망하다. 2001년 대학에 들어갔을 때는 사회를 잘 몰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도 선거권이 없어 별 관심이 없었다. 이후 와 을 번갈아 보고 다른 매체도 구독하고 있다. 지난 1월 여행을 가서 을 봤는데 좋은 기사를 많이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기사를 쓰는 매체를 보는 게 맞는 것 같아 다른 매체는 구독을 중단했다. 은 폐간하지 말고 기사만 써달라.
박선영 직장에서 을 받아 보고 집에서도 을 또 본다. 주말에도 집에서 을 봐야 하니까. 경기도 광주에 살 때는 이 제때 오지 않았다. 2주 치가 한꺼번에 오기도 했다. 지금은 서울에 있는 직장에서 을 보는데 다행히 제때 온다. 에 바라는 건 별것 없다. 없어지지 않는 거다.
이미옥 전문 건설업체에서 일하다보니 갑을 문제, 원·하청 공사 등과 관련된 기사에 공감한다. 때로는 ‘우리도 갑이었구나’라며 반성했다. 제1261호 표지이야기 ‘아파도 일한다’도 충격적이었다. 회사에서 비슷한 업무를 하는데도 잘 몰랐다. 비슷한 때 같은 회사에 다니던 직장 동료가 아파서 병가를 쓰게 됐다. 당시 회사에도 선례가 없었는데 이 큰 도움이 됐다. 근로기준법에 병가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우리 스스로 기준을 정하면 그게 회사의 기준이 될 거라고 설득했다.
“‘병가’ 기사 보고 회사에 제안”왜 을 후원하게 됐나.
양현주 부채의식인 것 같다. 연년생으로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3학년, 중학교 2학년 삼 남매에게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회적 환경을 물려줬다는 미안한 마음에 을 후원하게 됐다. 삼 남매가 을 보고, 나중에 삼 남매의 아이들이 을 볼 수 있을 때까지 있어달라.
이은주 에 힘이 되고 싶었다. 주변에서 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포털이나 소셜네트워크에도 악성 댓글들이 달린다. 기자들이 냉철하게 판단하고 분별 있게 행동하더라도 감정적으로 힘들 거다. 그래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최선을 다해 응원하고 앞으로도 기회 있으면 더 후원할 거다. 뒷날 내 딸이 자기 자녀에게도 보여줄 수 있는 잡지가 돼달라.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이되 불필요한 말은 흘려들으면서 갈 길을 가달라.
송영옥 고립된 느낌이 든다.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를 2004년쯤부터 했다. 진보적인 젊은이들이 모인 커뮤니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정의당 당원이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몸담고 있을 데가 없다. 진보적이었던 친동생도 이제는 진보 매체를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이대로 가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기사를 쓰는 정통 언론들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다. 쉽게 뉴스가 만들어지고 유통된다. 진보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분열되면서 어느 곳도 지지할 수 없고, 어느 곳도 플랫폼이 될 수 없을지 모른다. 정치색을 빼더라도 기사는 이해하기 쉽고 질이 좋다. 이 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선영 다들 을 봤으면 좋겠다. 을 보고 나서 직장 동료들에게 빌려준다. 그다음에 단골 미용실에 을 갖다준다. 좋은 기사니까 함께 나눠 읽자는 마음이다. 다행히 미용실 주인이 좋아해준다. 을 읽을 때 언뜻 봐도 읽고 나면 속상할 것 같은 기사는 일단 넘긴다. 그리고 동료들에게 빌려주기 전 꼼꼼하게 읽어보면 굉장히 감동적인 기사가 많다. 이 기사를 안 봤으면 어쩔 뻔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기사들은 미용실에 갖다주기 전 메모지를 붙여놓는다. 메모지로 표시해둔 기사는 꼭 읽어보라는 거다. 미용실 주인이나 손님들이 시간 날 때마다 기사를 볼 거라고 생각하니까 스스로 잘했다 여긴다.
이미옥 후원제가 도입되기 전 혼자 후원제 같은 방식을 고민해봤다. 크라우드펀딩처럼 자금을 모으는 단체가 많으니까. 이 후원제를 도입한다면 가장 먼저 동참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는데 뒤늦게 기사를 봐 아쉬웠다. 정기·일시 후원을 하면서 이체 종료일을 정하지 않았다. 아니, 정할 수 없었다. 관 뚜껑을 덮을 때까지 을 후원하고 싶다. (웃음)
은 작은 목소리를 듣는다. 갑을병정 사회에서 ‘정’도 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사에 실어주니까 더 힘이 돼주고 싶다. 불편한 기사도 있다. 나이 들면서 보수적이 되는 것도 있다. 하지만 불편한 기사를 내 것으로 받아들이면 또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찬찬히 곱씹는 심층 기사들이었다. 심층 취재를 하려면 힘이 많이 들지 않겠나. 그래도 계속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고 대신 소리 내달라.
앞으로 후원 독자들과 어떻게 소통할지 고민이 많다. 에 바라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
양현주 나중에 모임을 하게 되면 후원자와 구독자의 모임을 합쳐서 해도 괜찮을 거 같다.
송영옥 한자리에서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재밌을 것 같다.
이미옥 구독자와 후원자가 친해질 계기가 되지 않겠나.
양현주 10년에 한 번씩 후원자에게 상패를 보내는 단체도 있다. 10년 동안 꾸준히 후원해줘 고맙다는 의미다. 후원자에게 기념 스티커를 주는 단체도 있다.
이은주 ‘21 토크’를 보면 지난호 표지이야기 취재 뒷이야기를 해줘 좋았다. 기념품(굿즈)을 만들면 다이어리에 기사 또는 편지 형식으로 간단하게 기자들의 소감을 써주는 것도 의미 있지 않나. 후원 독자는 을 후원한 보람을 느끼고, 기자도 후원 독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비용이 들지 않은 선에서 달력이나 다이어리 제작은 어떤가.
이미옥 달력도 괜찮을 것 같다. 해마다 다이어리를 사는데 취향이 달라 호불호가 갈린다. 다이어리를 쓰고 싶다고 해서 선물해도 취향에 안 맞아 안 쓰는 사람도 있다. 브로마이드 같은 것은 어떤가.
박선영 탁상달력 같은 기념품을 준다면 이왕이면 빨리 달라. 다른 달력이 책상을 차지하기 전에. (웃음)
이미옥 만의 개성 있는 달력으로 만들어달라.
송영옥 표지를 달력에 넣는 건 어떤가. 제1210호 표지 ‘평화여 어서 오라’ 사진도 아주 마음에 들어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뒀다.
이은주 더불어 잘 사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게 이 계속 있어달라. 덕분에 오늘도 더 성숙해졌다.
진행 류이근 편집장 ryuyigeun@hani.co.kr정리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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