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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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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을 읽는 634개 방법

설 퀴즈큰잔치 엽서에 독자가 적은 ‘내가 기사를 만나는 방식과 이유’
등록 2019-03-20 11:03 수정 2020-05-03 04:29
류우종 기자

류우종 기자

1년에 두 번 있는 설·한가위 퀴즈큰잔치는 독자들이 자동차부터 치킨 상품권까지 다양한 선물을 주워 담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때 은 독자들의 마음을 주워 담습니다. 퀴즈큰잔치 응모엽서를 통해서입니다. 퀴즈 정답과 함께 손으로 꾹꾹 눌러쓴 글에는 독자들의 진심이 담겨 있으니까요. 이번 설 퀴즈큰잔치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634개의 마음이 에 닿았습니다. 누가, 어떻게, 왜 을 읽고 있을까요?

누가

“한겨레21을 우리 집 사람들만 보는 것이 항상 너무너무 아쉽고 답답해 미칠 것 같지만! 이미지 때문일까, 왜 안 읽는 거지? 이렇게 재미난걸? 이라 생각했지만 이번 호에 나와있는대로 걍(그냥) 책을 안 읽는 것뿐.”

이홍욱씨의 애정 어린 걱정과 달리, 전국 각지의 ‘다른 집’ 사람들도 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20여 년째 퀴즈풀이가 명절 행사가 됐다는 70대, 중3 때부터 보던 의 영향을 받아 교사의 꿈을 꾸고 있다는 고등학생, 텍스트가 기본이라고 믿는 영상 프로듀서(PD), 농촌의 고령화가 걱정인 귀농 4년차 농부,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됐다가 최근 어렵게 재취업한 여성 등이 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사정 등으로 정기구독은 못해도 항상 부대에 복귀하기 전 기차역 편의점에 들러 을 구매하는 현역 장교, 아이 학습지를 인터넷에서 살 때마다 배송료를 아끼려 지난호까지 여러 권을 사는 부모도 있습니다.

특히 정기독자 중에는 를 물고 태어난 ‘한겨레 수저’가 많았습니다. 부모님이 자신의 이름으로 주식을 사준 덕에 태어나면서 창간 주주가 되고 중학교 때부터는 도 구독하는 1986년생 성초록씨, 창간 독자인 부모님 덕분에 어려서부터 종이신문과 은 어느 집에나 배달되는 줄 알았던 신다솔씨가 그렇습니다.

언제

한 부부 독자는 을 번갈아 만납니다. 고등학교 때 선배들에게 을 몰래 물려받아 읽었던 남편이 출퇴근길에 잡지를 읽으면, 아내는 아기를 재우고 잡지를 펼칩니다. “주말에 우체통에서 가져와 월요일 오전을 과 함께하고 있다”는 고경단씨도 있습니다. 올해 25살인 에는 긴 시간을 같이 걸어온 친구도 많습니다. “제 나이도 50살이 넘었네요. 30대부터 열심히 봤는데…”라고 흐르는 세월에 아쉬움을 표현한 서동준씨는 아마 과 시작부터 함께한 독자인 듯합니다.

“10년을 가까이해왔던 과 20년, 30년 그 너머까지 함께하고 싶습니다.”

“100주년 잔치를 보고 싶네요.”

“지구를 떠날 때까지 정기구독할 것입니다.”

‘이런 사랑을 받고 있구나’ 하고 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독자들의 격려입니다.

어디서

“다음달(3월)이면 마을에서 만난 네 가정이 마음을 맞추어 지은 공유주택에 입주하게 됩니다. 마을과 마음이 모이는 집. 응원해주세요. 놀러도 오시고요! 집짓기 때문에 긴축재정으로, 벼르던 생애 첫 자동차 구입도 미뤄야 하지만 정기구독은 꼭 유지할게요.”

지금쯤 은 권지향씨 공유주택으로 배달되고 있겠네요. 직원들과 함께 보려고 주소지를 회사로 뒀다는 직장인, 교실에서 학생 수업 교재로 쓴다는 교사, 강의실에서 대학생 읽기 교재로 활용한다는 교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자해 3부작’(제1237호~제1239호)은 독자가 인상 깊게 읽은 기사로 가장 많이 꼽혔습니다. “우연히 표지에서 본 자해 이야기를 집에서 아이들에게 했다가 저희 아이가 자해를 시도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지금은 치료 중에 있고요.” 덕분에 자녀와 대화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는 부모의 이야기에는 앞으로 기자들이 어떤 기사를 써야 할지 다시 한번 고민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오해를 풀게 해줬다”(제1248호 ‘최저임금 2019년판 완벽 가이드’), “우리가 몰랐던 선감학원이나 형제복지원의 인권유린 사례를 알게 해줘서 감사하다”(제1245호 ‘짐승처럼 감독관이 맘대로 짝지었다’)는 좋은 평가도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여건을 두루 갖춘 청소년 LGBT(성소수자) 친구들에게 관심 바랍니다.”

“다문화가정 자녀의 삶을 조명해주십시오. 친척 동생이 한국-베트남 혼혈 아이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실향민입니다. 시각이 늘 왜곡되지요. 우리 아이들은 보수적인 노년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젊은이들의 생각과 생활 스타일, 삶을 보는 시각 등이 궁금합니다.”

앞으로 지면에서 다른 세대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기사,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내는 기사, 학교나 마을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기사를 보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사교육의 문제점과 대안교육·홈스쿨링, 복지국가와 증세 문제, 노인 빈곤, 가짜뉴스 팩트체크에 대한 관심도 높았습니다. 또 주제와 상관없이 ‘한 방’과 ‘특종’을 자주 해달라는 주문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언제까지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글씨가 작아서 잘 안 보여요.”

일부 독자가 작은 글씨로 힘들게 기사를 읽고 있으니 글씨체를 더 키워달라고 했습니다. 환경을 생각해 을 비닐이 아니라 종이백에 넣어달라는 김은영씨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유튜브, 페이스북 등등 모두 즉각 반응과 의견이 올라오는 쌍방 정보 채널이며, 토론과 전파가 이루어집니다. 지금의 시사지들은 왠지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뒤떨어지는 느낌입니다.”

“독자의 참여를 더 확대해서 지난번처럼 표지이야기 소재 공모와 투표를 해서 기사에 반영하면 좋겠어요.”

다양한 경로로 다양한 정보를 만나고 싶다, 여러 통로로 기사에 참여하고 싶다는 말씀도 감사합니다.

“벌써 5년 가까이 을 읽으며 나와 생각이 같은 부분은 고개를 끄덕이며 술술 읽고, 나와 생각이 다른 부분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꾸역꾸역 읽었습니다. 그런 활동을 통해 몰랐던 사실을 알고 내 관점을 바꾸며 최소한 나와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얻곤 합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발간되어 저의 스승이자 친구이자 치열한 반대자가 되어주시길 빕니다.”

강새봄씨는 이런 이유로 을 본다고 적었습니다. ‘나에게 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답변을 빌려 을 응원하려는 마음이 읽혔습니다. “채찍만 안 든 호랑이 선생님” “사이다” “가려운 곳 긁어주는 효자손” “생각을 영글게 하는 교본” “사회·문화·정치를 바라보는 프레임” “풍요로운 일상” “긴 말 필요 없이 서로 통하는 오래된 지인” 등. 이 독자들의 생활에서 어떤 의미인지를 알고 나니 갑자기 취재 의욕이 불타오릅니다.

마지막으로 고병현씨의 당부를 마음에 새깁니다.

“긴 난임의 시간을 지나 곧 쌍둥이의 부모가 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상식적인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 비상식에 도전해주시길 바랍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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