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우리는 21 키즈랍니다

1970∼80년생 독자들이 말하는 10대와 20대…

그리고 지금까지 함께한 <한겨레21>
등록 2019-03-04 04:19 수정 2020-05-03 04:29
10대부터 <한겨레21>을 본 독자 정회빈씨 정회빈 제공

10대부터 <한겨레21>을 본 독자 정회빈씨 정회빈 제공

이 올해로 창간 25주년을 맞았다. 이 지나온 25년이라는 시간을 기억하는 독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바로 ‘ 키즈’이다. 청소년기에 을 읽으며 성장했다. 1970∼80년대생인 그들은 이 삶을 살아가는 방향과 가치관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이제 기성세대가 된 그들의 손에는 여전히 이 있다. 그들에게 10대와 20대 그리고 지금까지 함께한 의 의미를 물었다.

1989년생 정회빈씨의 응원

대학원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하는 정회빈(30)씨는 중학생 때 논술학원 선생님이 추천한 을 봤다. 논술 교재로 처음 읽었던 을 통해 세상을 보는 넓은 시야를 갖게 됐다고 한다. “그때가 2002년도였어요. 효순이 미선이 사건이 일어나고 주한미군 주둔 반대 시위가 있었어요. 한일월드컵도 열렸던 때예요. 사람들이 월드컵 축제 분위기에 들떠 있을 때 저는 다른 한편에서 반미 시위하는 목소리를 관심 있게 들었어요. 이 그 목소리를 듣게 한 거죠.”

그때부터 매주 습관적으로 을 본다는 정씨는 그렇게 한 권을 읽으면 “일주일 동안 벌어진 중요한 사회 이슈들을 요약해 보는 느낌”이란다. 그런 그가 을 볼 수 없었던 안타까운 시절도 있었다. 군 입대 시절이다. “그때 천안함 사건이 있었어요. 당시 자대를 배치받고 을 받아보려고 했는데 볼 수 없게 했어요. 그 기간 빼고는 을 쭉 봤던 것 같아요.”

정씨는 하면 베트남전 양민 학살 보도와 올해의 판결 기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단다. “베트남전 양민 학살 기사는 그동안 몰랐던 전쟁의 이면을 보여줬고요, 올해의 판결은 사회 물줄기를 바꿀 정도로 중요한 판결에 대해 알려줬어요.”

독편3.0 활동을 하는 열혈 독자인 정씨는 지난해 11월 열린 ‘2018 #독자와 함께’ 행사에도 참석했다. “집이 경북 포항이라 서울 행사장까지 가느라 멀었지만 꼭 가고 싶었어요. 기사를 쓰는 분들이 누구인지 알고 싶었어요. 행사장에서 기자들을 직접 보니 좋았어요. 연예인 보는 것 같았어요.(웃음)”

정씨는 10대부터 지금까지 독자로 남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삼성이라는 강자와 싸우는 게 정의로워 보였어요.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앞으로도 불의에 불복하지 않고 강자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정기구독이라는 응원이죠.”

1979년생 이기관씨의 의리

“조남준 화백의 시사 만화 ‘시사SF’를 좋아했어요. 제 아이디어가 채택돼 잡지(제329호)에 실리기도 했어요. 아이디어 제공자로 제 이름이 적혀 있어요. 나중에 인물과사상사에서 펴낸 책 의 표지에 제가 낸 아이디어로 낸 조남준 화백의 만화가 실렸어요. 뿌듯했죠.”

고등학교 때부터 을 구독한 이기관(40)씨는 과의 추억이 많다고 한다. 예전에는 애정과 열정이 남달랐다. 대학생 때는 동아시아 투어 기획안을 들고 에 찾아왔단다. “1호부터 80호만 없고 모든 호가 다 있었어요. 중간에 빠진 호가 있으면 사서 채우기도 했죠. 수집욕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예전에는 가방에서 을 꺼내 읽었다면 이제는 팟캐스트를 듣는단다. “20대 때보다 열독률이 매우 떨어졌어요. 요즘 스캔하듯 쓱 훑어보는 정도예요.”

그래도 여전히 정기구독을 끊지 않는 건 “에 대한 의리” 같다고 말한다. “고등학생 때 본 은 엄마 같은 존재였어요. 무엇이든지 받아들이고 흡수할 수 있는 말랑말랑한 그 시절에 세상 약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감수성을 갖게 했으니까요. 그때 만들어진 감수성은 평생 내 안에 남아 있을 거예요.”

이씨는 이 예전보다 매체 파워가 약해지는 것도 안타깝단다. 앞으로 이 살아갈 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어떤 변화라도 환영한단다. “앞으로 창간 50년, 그 이후에도 계속 남았으면 해요.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가 고등학생이 될 때 을 보라고 권할 거예요. 그때 아이에게 권해도 좋은 멋진 잡지이길 바랍니다.”

1976년생 박성택씨의 정주행
10대부터 <한겨레21>을 본 독자 박성택씨. 허윤희 기자

10대부터 <한겨레21>을 본 독자 박성택씨. 허윤희 기자

박성택(43)씨는 1994년 3월 창간호부터 본 독자다. 7살 차이 나는 형이 구독한 을 그 역시 챙겨봤다. “형이 신문 창간주주예요. 형이 보던 신문을 보고 도 보게 됐죠. 형 덕분에 한겨레라는 매체를 알게 됐어요.” 버스를 타고 통학하던 시절 박씨는 을 읽었다. 형이 먼저 보고 두고 간 을 집에서 학교까지 왕복 2시간 거리를 오가며 처음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읽었다. 그때부터 정주행하며 을 읽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단다.

박씨는 요즘에는 ‘김소희의 엄마의 품격’과 ‘김소민의 아무거나’ 칼럼을 즐겨 본다. “무거운 주제를 다룰 때도 특유의 유머로 잘 전달해요. 제가 진지한 스타일이라 이런 유머를 가진 분들이 부러워요.” 그래서 박씨는 기자들에게도 한 가지 부탁을 한다. “기사를 너무 근엄하지 않고 재밌게 썼으면 해요. 조금 더 가벼워져도 될 것 같아요.”

박씨는 여전히 매일 쏟아지는 단편적인 인터넷 기사를 보는 것보다 정제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를 읽는 게 좋단다. 그주에 벌어지는 이슈나 사건을 그다음주에 에서 늦게 보더라도 말이다.

그래도 부탁 한마디를 건넨다. 지난해부터 태블릿 피씨로 을 보면서 아쉬운 점이 있단다. “월요일 오전 11시쯤 피디에프로 변환된 텍스트가 떠요. 더 늦을 때도 있고요. 다른 포털에는 기사들이 아침 7시부터 나오더라고요. 조금 더 일찍 보고 싶어요.”

1986년생 이은지씨의 기다림
이은지 제공

이은지 제공

회사원 이은지(33)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친구가 논술 교재로 보던 을 같이 보게 됐다. 이후에 자신도 구독하며 독자가 됐다. “대학생 때만 해도 지하철에서 을 보면 나이 지긋이 드신 분들이 ‘젊은이가 이런 걸 보고 있냐’며 뭐라고 하셨어요. 그래도 저는 고집이 있어 지하철에서 계속 봤어요.(웃음)”

이씨가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보는 유일한 시사잡지는 이다. “다른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만의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성소수자 이야기를 할 때 게이, 레즈비언 등 다양한 목소리를 전해줘요. 그래서 성소수자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을 통해 알았어요.”

아날로그를 좋아한다는 이씨는 출퇴근할 때 휴대전화를 꺼내는 대신 을 본다. 앱으로 보는 것보다 종이를 넘기면서 기사를 보는 걸 선호한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에서는 어떻게 다룰지 궁금해요. 그런 마음으로 한 주를 기다려요.” 이씨는 부탁하고 싶은 건 “미투 사건 등 이슈가 된 사건들의 후속 보도”이다.

이씨는 마지막으로 “저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독자가 아니에요. 이렇게 소극적이지만 꾸준히 을 보는 독자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라고 말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한반도 전문 기자 꿈꾸는 17살 독자 황준서군


“미래를 만들어준 ”


김진수 기자

김진수 기자

“중학교 3년 그리고 앞으로의 제 미래를 이 만들었어요. 그래서 은 소중한 잡지입니다.”
지난 2월22일 독자전용폰으로 장문의 문자가 왔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보낸 이는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황준서(17) 독자다. 그가 창간 25주년을 맞아 “ 키즈를 찾는다”는 문자를 보고 보낸 것이다. 그는 최연소 독자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황군은 2016년 12월 촛불집회가 있었을 때부터 을 봤다고 한다. 아버지가 시사주간지 중 을 추천했다. “집에서 신문을 보고 있어서 초등학교 때부터 신문을 계속 봤어요. 그런데 좀더 분석적인 기사, 사건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기사를 보고 싶었거든요. 그랬더니 아버지가 을 읽어보라 했어요.”
황군은 세월호 유가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다룬 기사를 보며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혔단다. “장애인 이동권 기사를 보며 외출조차 힘든 그들의 이야기를 알았어요. 제가 몰랐던 다른 이들의 아픔에 민감해지는 것 같아요.” 게다가 중학교 2학년 때에는 학교에 시사토론 동아리를 만들어 을 토론 교재로 사용하기도 했다.
검사가 꿈이었던 황군은 이제는 한반도 전문 기자를 꿈꾼다. “국제 정치에 관심이 많아요. 그리고 정인환 기자의 한반도 기사를 재밌게 읽었어요. 저도 그런 기사를 쓰고 싶어요.”
고등학교에 올라간 황군은 공부하느라 시간이 없을 테지만 은 꼭 볼 거라고 이야기한다. “은 주간지 중 가장 젊은 잡지예요. 저에게는 선생님 같은 존재죠. 그동안 읽으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진로 선택에도 영향을 받았고요. 음… 저에게 은 젊고 열정 넘치는 25살 선생님 같아요.”



독자 퍼스트 언론, 정기구독으로 응원하기!


전화신청▶ 1566-9595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