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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아, 늘 행복하자

등록 2014-05-02 00:55 수정 2020-05-02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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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에 숨은 20년 독자가 또 있었다. 1994년 교사가 되던 해, 김정욱(43)씨는 을 정기구독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잠시 따로 사본 적도 있지만 어쨌거나 꾸준히 놓치지 않고 잡지를 봐왔다. 경남 산청고등학교 2학년 1반 담임을 맡고 있는 지금, 복수담임제로 함께 담임을 맡은 이재명 선생님도 정기구독자여서 교실에는 늘 두 권의 잡지가 비치돼 있다고 한다.

-꾸준히 책을 봐왔는데, 요즘 은 어떻게 평가하나.

=사실 최근에는 다 못 읽고 덮는 경우가 많다. 현실만으로도 화가 나서 끝까지 읽을 수가 없다.

-학교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았을 것 같다.

=학생들이 전체적으로 많이 갑갑해한다. 지금 2학년 담임인데, 다음주 수학여행이 무기한 연기됐다. 기숙형 고등학교라서 아이들이 여행 갈 때 입을 옷도 택배로 받고 했는데…. 올해는 서울·경기 쪽에 코스를 잡고 경복궁도 가고 대학로에서 공연도 볼 예정이었다. 아이들이 아쉬워하지만 착한 애들이라 예정대로 가더라도 속으로 많이 미안해했을 거다.

-학생들과 기사를 나눠보기도 한다고.

=교사의 입장에서 팩트 중심으로 얘기하는데, 아이들은 영혼이 순수해서 그런지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는 것 같다. 최근에 ‘취업 OTL’ 기사를 같이 봤는데, 많이 공감했다. 청소년과 관련한 이슈도 많이 다뤄주면 좋겠다. 문제만 짚기보다는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가 더 반갑다.

-좋아하는 꼭지가 따로 있나.

=사람에 관심이 많아서 인터뷰 기사가 좋다. 인터뷰이의 숨겨진 부분을 잘 짚어내는 것 같다. 문학을 가르치다보니 문장이나 표현에 관심이 많은데, 적확한 표현들이 놀랍다. 교과과정 안에 ‘인터뷰하기’가 있어서 학생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아쉬운 점은 없나.

=비판적인 독자라기보다 부채감을 가진 독자라서. 사회가 이렇다보니 뭔가를 갚아야 할 것 같은데, 도움을 못 주고 있는 것 같다. 이 끊어지지 않고 나와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늘 하는 얘기이긴 한데, 열심히 밝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더구나 하루 앞을 모르는 상황이 많이 벌어지다보니, 교실 안에서의 생활이 늘 즐거우면 좋겠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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