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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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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7를 읽고

등록 2014-02-15 14:03 수정 2020-05-0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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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캐스팅이 좋았다

검사들의 성추행 논란을 다룬 좌담 ‘검사들은 왜 부끄러워하지 않나’는 ‘나 혼자 예민하게 반응하나’ 하고 괴로워하던 여성 기자들의 목소리를 들려줬다. 거기에 그쳤다면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사람들에겐 불편하게 읽혔을 수도 있다. 남성 기자의 목소리도 함께 들어봄으로써 그런 불편함을 해소한 듯하다. 좌담의 ‘캐스팅’이 좋았던 것은 성폭력 해결책이 결국 공감 능력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에 적절했기 때문이다. 여성 기자들이 곤경에 처했을 때 동료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과 오랜 취재원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사이에서 고민했다던 이야기를 통해 성희롱·성폭력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그것을 농담이 아닌 폭력으로 느끼는 이가 많아지는 게 중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김영식 부동산 시장 쟁점이 ‘확’

부동산 시장을 다룬 특집 기사가 인상적이었다. 최근 부동산이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토건 보수 일간지들과 정부의 주장이 정말 믿을 만한지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유익했을 것이다. 지금의 주택정책이 건설사와 다주택 보유자들에게 수혜가 된다는 것, 기자가 직접 부동산 상담 현장에 뛰어들어 수익률의 허구성을 지적한 점, 부동산 시장의 쟁점에 대한 두 전문가의 대조적 진단을 덧붙임으로써 누가 정부의 인위적인 집값 띄우기 정책을 떠받치고 있는지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기자들의 수고가 새삼 고맙다.

권준희 나도 외롭던 것일까

이번호를 받아들 때 처음 든 감정은 반가움이었다. 표지만 보고도 반가움이 앞서는 걸 보니 나도 꽤나 외로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반가움은 이내 꺾였는데, 기사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가라는 의문만 남았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대적 조건 속에서 고독을 조명한 의도는 좋지만, 전체 세 꼭지를 관통하는 줄기를 찾기 힘들고 다양한 레퍼런스를 제시했으나 중구난방인 면이 없지 않았다. 글의 마무리도 설명이 충분하지 않아 다소 급하게 매듭짓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다루고픈 우리 사회의 많은 풍경을 꾹꾹 눌러 담다보니 그릇 자체가 어그러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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