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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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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5를 읽고

등록 2014-01-25 15:15 수정 2020-05-0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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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사람책, 나도 되고 싶다

‘취준생’으로 사는 게 서러운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그중 으뜸은 단연 ‘자소서’다. ‘사람책’이 돼본 적 있다는 사람들에게선 자기 얘기를 하는 일의 고통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워 보였다. 알코올중독자, 독립 패션 브랜드 대표, 노숙인, 몸짱 채식주의자, 미혼모 등 이름만 들어도 궁금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남이 쓴 자소서 엿보듯, 아니 자소서엔 미처 못 담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엿보듯 단숨에 읽었다. 사람책은 ‘제가 바로 당신들이 원하는 유형의 인재예요’라고 우기지 않아도 된다. 읽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읽혀도 된다. 또 그럴수록 더 밝은 빛을 낸다. 그런 책이라면 매일 써야 한대도 좋을 것 같다.

김원식 봄은 너무나 멀다

기륭전자의 ‘야반도주’를 읽고 숨을 짧게 한 번 들이마시고 길게 한 번 내쉬었다.이제 또 끝을 알 수 없는 투쟁의 길을 나서야 하는 조합원들이 덜 지치고 덜 힘드시길 기원한다. 또 얼마 전 콜텍 노동자들이 해고 무효소송에서 패소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지난 8년간의 투쟁이 ‘미래에 닥칠 수도 있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정리해고는 정당하다’는 황당한 법원의 판단으로 정리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콜텍 노동자들은 이제 또 어떤 길 위에 나서야 할까. 봄은 너무나 멀리 있는 듯하다.

곽우신 더 깊이 쑤셔야 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의 인터뷰가 반가우면서 씁쓸하다. 북유럽식 사민주의라는 지향점이 과연 유권자 대중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까. 연대 없이 독자적으로 가겠다는 선언도 마찬가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은 각개격파당할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야권의 예견(?)된 패배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정당정치를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과정인지, 아니면 이 불통 정권을 풀뿌리까지 확장시키는 패착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아쉬운 것은 몇몇 질문이 좀더 날카롭게 파고들 수 있었는데 그저 모범 답안을 들은 것에 만족하고 넘어가지 않았나 싶은 점이다. 인터뷰 기사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그 모범 답안 뒤의 속내를 얼마큼 더 드러나게 하느냐에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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