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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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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6호를 읽고

등록 2013-11-23 16:03 수정 2020-05-0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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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분리와 박탈

분리와 박탈. 984호 ‘형제복지원’과 986호 ‘에이즈환자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시설의 문제’를 두 단어로 요약한 것이다. 26년 전 형제복지원에서 자행됐던 끔찍한 일들은 2013년 현재 ㅅ요양병원에서 반복되고 있다. ‘분리’의 법칙이 발견되는 것이 비단 힘없는 장애인, 전염병 환자뿐이랴. 표지이야기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분리’를 다루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친노, 통합진보당, 전교조’를 내부의 적으로 분리시켜 자신의 지지를 공고화하는 권위주의적 정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통합진보당이 민주적 기본 질서를 해치는 근거로 든 내용의 오점을 파고들며 분석한 기사가 인상적이었다.

김찬혁 로봇 기자의 이마에는?

기획2 ‘로봇 기자의 등장’과 기업과 오감 ‘네 눈길 닿는 곳 어디나’가 흥미로웠다. 기술 발전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의료 활동도 자동, 운전도 자동, 심지어 기사 작성(!)도 자동이다. 이용자의 시선이 향하는 찰나의 순간도 추적할 수 있다. 하지만 염려도 크다. 자동 알고리즘은 배고프고 고통스러운 이들을 위해 기사를 써줄까.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개인의 자유’를 보호해줄 수 있을까(보고 있나 오바마). 로봇 기자의 이마에 파란 글씨로 ‘SAMSUNG’이 적혀 있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천호성 그를 기억한다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이번 ‘恨국어사전’은 고 최종범씨의 이야기였다. 그가 처음부터 ‘열사’가 되려 한 것은 아니었다. 딸과 아내를 생각하며 일터에서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노조 결성 이후, 회사는 ‘일감 쪼개기’ ‘이관 정지’로 노조원들의 일을 빼앗아갔다. ‘표적 감사’ 역시 어김없었다. 감정노동과 노조 탄압의 이중고 속에서, 끝끝내 그는 막다른 길로 내몰렸다. 그는 탄압받는 동료들에게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희생을 택했다. 그 절박한 마음을, 이번호를 통해서야 느낀다. 먼 곳에서 푸른 노래 푸른 울음 울어예을 그를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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