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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3호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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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3-06-16 19:21 수정 2020-05-03 04:27
한겨레21 963호 표지

한겨레21 963호 표지

K군 손가락을 빠져나가는 모래

현대 문명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에 비해, 법과 제도는 그 흔적을 쫓아가기에도 벅차 보인다. 법과 제도의 정비를 위해 매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도 부족한 현실이건만, 실상을 보아하니 법과 제도의 정비는 아득하기만 하다. 그러는 동안 문명의 이기는 법과 제도의 빈틈을 속속 빠져나간다. 국가가 거두어 국민을 위해 쓰여야 할 세금이 각지의 조세회피처로, 손에 쥔 모래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그렇게 빠져나간 모래는 언젠가 고스란히 국민 모두가 견뎌야 할 몫으로 돌아올 것이다.


구혜림 설마 이런 것까지 실릴 줄이야

‘사과하는 방법’이 시사주간지의 기사가 될 줄이야. 소명의식까진 아니더라도, 자기 일에 대해 좋은 태도를 가진 직업정치인도 적은 것 같다. 표지이야기에서 선거 출마꾼들의 지방자치와 더불어 한국 정치가 삼류로 평가받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목격했다. ‘조세 납부’라는 사회적 합의가 작동되지 않을 때의 경각심을 ‘홍기빈의 W 경제’에서, 마케팅 기법으로서의 소셜 과잉과 사회에 대한 요청으로서의 협동조합에 대한 기대를 ‘만리재에서’에서 보았다.

박가영 여름, 최소한의 염치

노 땡큐! ‘그러니 네 머리 위로 송전선로를’을 읽었다. 학교 도서관과 강의실은 연신 부채질하는 학생들로 야단이다. 에어컨을 세게 틀자는 소리가 입안을 맴돌지만 차마 뱉지는 못한다. 유난히 무더위가 일찍 시작됐다는 올해, 경남 밀양 주민들은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 쇠사슬을 몸에 묶었다. 내가 쓰는 전기가 어디서 오는가. 누군가의 삶과 터전을 빼앗은 대가라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하다. 내 한 몸 건사하기 위한 것들에 누구의 눈물이 묻어 있는지 생각하는 게 이 여름 최소한의 염치인지 모른다. 할머니들, 건강하셔요.

박선희 책을 파는 장사치

요즘은 대학가에서도 일반 서점을 찾기 어렵다. 강의 교재를 주로 파는 교내 서점이 유일하다. 지난해 서울 흑석동 인문학 서점 ‘청맥’이 문을 닫았고, 올해 초엔 신림동 사회과학 책방 ‘광장서적’이 문을 닫았다. 책 소비도 실용적으로 변한 지 오래다. 주변에 직접 책을 만져보고 읽어본 뒤에 사는 사람이 거의 없다. 상황이 이러니 마케팅에 열 올리는 출판사의 심정도 이해는 간다. 그래도 참담하다. 유명 소설가의 책마저 사재기로 팔아치워야 한다니. 그나마 자체적으로 시장 정화를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선 상황은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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