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960호 표지
새는 아닌, 하늘에 사는, 이들의 단단한 외침이 바람결에 구슬프다. 법이 지켜지지 않고, 법의 틈새에는 쐐기가 박힌다. 벌어진 법의 틈새가 녹슬고 있다. 그들이 새는 아닌데, 하늘에 사는 이유일 것이다. 태초부터 인간은 ‘리스크’를 줄이고자 모여 살았다고 한다. 이제 하늘에 올라간 그들의 리스크에 귀기울여야 할 때다. 내팽개쳐진 그들의 리스크, 이 깨진 약속은 우리가 가진 리스크의 미래이기도 하다. 이것은, 그들이 먼저 짊어진, 우리 모두의 리스크다. (부디 그들이 세상의 손을 잡고 내려올 수 있기를.)
살풍경(殺風景)에 익숙하다. 고용안정을 위해 고공농성을 하고 주체성을 지키기 위해 자해를 한다. 장기간 자기를 위협하는 수단을 통해 보여줘야 뜻이 관철될까 말까다. 개인과 사회, 노동자와 회사의 관계 개선과 소통 과정은 흡사 바위로 날아가는 계란을 보는 것같이 살풍경하기만 하다. 풍경이면 좋게, 이건 우리 삶의 현장이다. 아찔한 고공을 바탕으로 하지만 어딘가 익살스러움이 느껴지는 표지와 영화 장면을 나누듯 보여준 표지이야기처럼 차라리 이 현실이 영화였다면 좋겠다. 먼 미래,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하는.
‘이렇게 예쁜 원피스가 20달러도 되지 않는다니, 이건 사야 해.’ 지난여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대형 의류매장에서 나는 마음에 쏙 드는 옷을 발견했다. 그 옷을 다시 꺼냈다. 입고 거리로 나서는데 처참하게 무너진 건물 모습이 가게에 진열된 TV 속에 비친다. 지난 4월24일, 방글라데시의 한 의류공장이 무너졌다. 그곳에 있던 노동자들은 대개 ‘패스트패션’ 의류를 만드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낮은 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나는 값싼 옷을 구할 수 있었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데 옷을 갈아입고 싶었다.
요즘 예능 대세는 MBC다. 수 , 목 , 금 , 토 , 일 와 까지. 5월9일 ‘샘 해밍턴’ 편을 기다리다 방송인 손석희의 종편행 뉴스를 접했다. 그가 MBC를 떠나며 마지막 남긴 말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것. 술은 새로 선임된 김종국 MBC 사장을 이르는 말이다. 불도저같이 통폐합하고, 말 안 들으면 무 자르듯 해고해버렸다는 김 사장에 대한 기사. 김재철 사장이 끝판왕일 줄 알았는데. 이 선택, 종국엔 어떻게 될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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