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0호 표지
사람들은 종종 원하는 것만 보고, 보이는 것만을 취한다. 특집 ‘마키아벨리를 사랑한 괴벨시안’에는 마키아벨리에게서 원하는 것만을 보고 취한 두 사람이 나온다. 괴벨스와 괴벨시안. 그들이 동경한 것은 마키아벨리가 아니라, 권력과 음모와 술수인지 모른다. 그것이 ‘그들의 마키아벨리에 대한 해석이 편협하고 파편적’인 까닭이겠지. 나 역시 원하는 것을 보고 보이는 것을 취한다. 마키아벨리가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필시 불세출의 시민혁명가가 되었을지도.
800원짜리 책이라니, 끌렸다. 세계문학전집을 싸게 파는 것으로 활로를 모색 중인 ‘전자책’ 이야기다. 800원짜리 책 이야길 들었으니, 이제 종이책을 몇만원 주고 사긴 글렀다. 이런 걸로 손해 본다 여기는 게 ‘사는 사람’이다. 싸게 시작해서 서서히 제값 받겠다? 무료 콘텐츠가 유료화해 성공했다는 얘길 들어본 적 없다. 800원짜리 전자책이면 저작권료는 500원? 읽는 시간, 쓰는 시간 다 생각해도 너무 싸단 걱정, 동감했다.
“졸업하고 직장을 갖게 되면 열심히 돈을 모아서 전세를 얻어야 한다.” 대학 1학년 때부터 어머니에게서 수십 번은 들었을 멘트다. 학교 때문에 서울에서 자취하는 나로서는 매달 꼬박꼬박 나가는 월세가 큰 부담이다. 그런 ‘월세인’들에게 유일한 희망과도 같던 전세가 사라지고 있다. 내 한 몸 누일 곳이 없다는 것, 주거 상실의 위험을 항상 떠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공포다. 전세난 속에서 더욱 고통받는 것은 젊은 세대다. 집에 저당 잡힌, 그래서 미래를 계획할 수 없는 청춘은 얼마나 암담한가.
전셋집 열쇠가 부러진 이미지를 담은 표지가 표지이야기 ‘월세시대’의 내용을 인상적으로 전달했다. 전세의 목돈 강제 저축 효과가 중산층으로 이동하는 가교 역할을 했음을 지적할 때 부러진 열쇳대는 계층 고착화를 상징했다. 표지의 명징함과 기사의 현실 진단에 한참 쫄아 있다가, 살아남는 방법에 대한 기사에서 조금 숨통을 돌릴 수 있었다. 모든 기사가 대안을 제시할 필요는 없겠지만 정보 전달 측면에서 몰랐던 현실에 대한 지침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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