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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0호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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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3-03-15 23:05 수정 2020-05-03 04:27
950호 표지

950호 표지

이정주 박근혜를 이해하다

바람 잘 날이 없다. 박근혜 정부 얘기다. 낙마한 국무총리와 헌법재판소장 후보에서 시작해 현재진행형인 장관 후보들까지. 정치 ‘박정희 유전자의 부활’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 기준은 결코 국민에게 모범이 되는 도덕성 따위가 아니다. 말 그대로 박정희 시대와 ‘접근성’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있을 뿐이다. 문득 10년 전 노무현 정부에 대해 ‘코드 인사’라며 비난을 퍼붓던 정당이 떠올랐다. 한 치의 도덕적 흠결도 간과할 수 없다던 그 매서운 눈빛.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장슬기 힘있으면 정통

힘있는 자에게 붙어 있으면 정통이 되는 세상, 종교도 예외는 아니다. 이단이 행하는 불법성과 부도덕도 문제지만 권력을 이용한 정통 개신교의 각종 배임, 횡령과 성추문은 더 교묘하기 짝이 없다. 귀 있는 자는 들으라.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 두가지 가르침을 상실한 개신교는 고인물처럼 썩어가며 스스로 변화할 힘도 없다. 자신의 몸에서 잉태된 이단을 배척하는 요즘의 행태를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표지이야기 ‘하느님 20명 예수님 50명’에선 이런 현상의 원인을 잘 밝혀준다.


백대현 무너진 신뢰

어릴 때 3년 정도 교회를 다녔다. 당시 교회는 열린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독교를 좋아하지 않는다. 교회의 이미지는 명동에서 십자가를 메고 다니거나 집집마다 방문해 괴롭히는 존재로 각인돼버렸다. 교회의 이단 논쟁도 결국 권력의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박근혜 복지의 첫 작품으로 국민연금 통합 얘기가 들려온다. 국민연금에 대한 권력의 탐욕은 기금이 고갈될 때까지 끝이 없을 것이다. 30년 뒤 일을 생각하는 권력자는 없을 것이다. 국가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무너지는 느낌이다.


황소연 반면거울, 다케우치

더 큰 보상을 강조하는 마시멜로 실험은 유명하다. 달콤한 과자 하나를 참음으로써 아이는 성적도 높고 인내심도 강한 사람으로 성장한다고 한다. 밝은 미래를 확신하는 근거에는 언젠가 ‘맛있는 것’을 먹게 되리라는 희망이 있다. ‘권혁태의 또 하나의 일본’에 나온 다케우치 이야기는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다. 지금의 행복은 미래를 위해 자꾸만 뒤로 밀려난다. 맛있기 때문에 언제든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더 큰 보상을 위한 고군분투보다 건강하지 않을까. 대상이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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