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근데 웬일이세요?” 시치미를 떼신다. “지난해 한가위 퀴즈큰잔치 응모할 때 ‘단박인터뷰’ 신청하셨잖아요?” 김범묵(51) 독자가 “아, 그래요?” 하신다. “아마 집사람이 했나 봐요. 난 할 말도 없는데….” 한참 통화하셨다, 이 말씀 하시고도.
소개 부탁드린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윤리를 가르치는, 1남1녀를 둔 50대 가장이다.
퀴즈큰잔치에서 상품을 받으셨다고. 예전에, 정식 당첨은 아니고 ‘번외’로 CD를 받은 일이 있다. 이번엔 태블릿PC가 당첨돼 깜짝 놀랐다. 고3 딸 줬다.
대선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멘붕’이라던가? 집사람은 한 이틀 동안 거의 ‘정신’을 못 차리더라. 난 투표일 오후 5시쯤 투표율이 70% 정도밖에 안 되는 거 보고, 일찌감치 잤다. 78% 이상은 돼야 정권이 바뀔 수 있으리라 봤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으니, 새로 시작해야지.
‘50대의 선택’을 두고 말이 많은데. 현실 문제에 가장 매여 사는 세대 아닌가. 그들에게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으니…. 정치권에 기대할 것 없다. 며칠 전 ‘희망버스’를 함께 타지 못해 미안한 마음인데, 그렇게 시민들이 하나둘 추슬러가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통령 선거가 삶을 좌우하지는 않는다. 물론 영향이야 있겠지만. 우리 실력이 부족한 게 맞다. 하나하나 차분히 쌓아나갔으면 좋겠다.
자녀들에게 새해 인사 한 말씀씩 하시라. 아들이 2월에 제대한다. 군대 마치고 앞길을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할 시기인데, 과감하게 내지르라고 말하고 싶다. 딸은 대학 진학을 앞두고 많이 설레고 있을 텐데, 하고 싶은 일을 머릿속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행동으로 세상을 배웠으면 좋겠다.
부인께도 한 말씀 부탁드린다. 요즘은 아이가 대학 들어가고부터 결혼하기 전까지가 여성들의 ‘최전성기’라고 하더라. 하고 싶은 거 맘껏 하기 바란다.
에 바라는 게 있다면. 지금처럼 그냥, 꾸준하게 ‘색깔’을 유지해줬으면 한다. 세상이 하도 많이 변하니까, 자기 색깔 유지하는 게 힘들지 않나. 꾸준히 처음 모습을 지켜주면 좋겠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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