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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점점 추워집니다. 주택가를 배회하는 길고양이가 참 많은데요,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보다 수명이 훨씬 짧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길고양이도 때가 되면(늙어서, 혹은 질병으로) 많이들 죽겠지요. 근데 한 번도 고양이가 자연사해서 죽은 사체를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길고양이는 어디서 죽을까요?(gimmetlc@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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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류우종 기자
마음이 따뜻한 분 같습니다. 초겨울인데 날씨가 매섭죠? 겨울은 길고양이에게도 고행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물과 음식물 쓰레기가 얼어붙어 먹이 활동이 어려워지기때문이죠.영양이좋지 못한 상태에서 기온까지 떨어지니 면역력이 약해져 헤르페스(사람으로 치면 감기 정도) 같은 사소한 감염도 길고양이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고 합니다.유기동물 사체 처리를 전담하는 서울의 한 자치구청 청소행정과와 통화했습니다. 자연사하거나 질병으로 죽은길고양이를 치워달라는 민원이 들어오느냐고 물었더니, 아니랍니다. 신고가 들어오는길고양이는차에치여죽은경우가대부분이라는군요.담당공무원도전부터 왜 그런지 궁금했답니다. 정기구독자인 나주종합동물병원 장병길 원장에게 물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남도 사투리가 걸쭉합니다. “길고양이는 치료 안 해봐서 잘 모르는디. 참고로 말씀드릴게요잉. 시골집 마당서 키우는 개는 아프믄 개집에처박혀 꼼짝도 안 하요. 길고양이도 지가 살던 은신처 같은 데 틀어박혀 앓다가 죽지 않겄소? 자세한 건 ‘카라’ 같은 동물보호단체에 물어보는 게 낫겄소.”수소문 끝에 길고양이 생태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고,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박사과정에서 동물행동생태를 공부하고 있는 전진경 카라 이사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전 이사는 현직 약사이면서 카라에서 ‘길고양이 보호 핸드북’ 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 이사의 설명으로는, 우리나라 길고양이는 다른 어느 나라의 길고양이보다 야생 본능이 강하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길고양이와의 접촉을 꺼리고 적대시하는 성향이 유별나게 강하니 그럴 만도 하지요. 야생동물의 특징은 몸이 약해지거나 아프면 방어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상위의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안전한 공간을 찾는다는 것입니다.그곳은 대체로 자기가 살던 서식지이기 마련인데, 도시에 사는 길고양이에겐 주택가 담벼락 사이, 지붕 아래 빈 공간, 하수구, 아파트 보일러실과 후미진 창고 등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죽더라도 쉽게 일반인들 눈에 띌 리 없지요.서울시가 추산하는 서울의길고양이 개체 수는 20만 마리. 서울 인구의 50분의 1정도네요. 최근 10년 새 자치구별로 길고양이를 포획해 거세한 뒤 방사하는 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쳐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라는군요. 그런데 길고양이의 수명은 집에서 기르는 일반 고양이보다 턱없이 짧습니다. 집고양이 수명은 10~15년인데, 길고양이는 채 4년을 채우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태반이랍니다. 길고양이 밥 챙겨주는 캣맘들 심정, 조금은 이해가 가죠? 우리 동냥은 못 줘도 쪽박은 깨지 맙시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