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독자편집위원회의 논의 형식을 좀 바꿨다. 대개 호별 평가를 하던 관행을 깨고, 925~930호 기사 전체를 대상으로 ‘칭찬합시다’ ‘아쉽습니다’ ‘제안합니다’ 순서로 토론을 진행했다. 별로 할 얘기가 없는 호수에 대해서는 짧게, 할 얘기가 많은 기사는 길게 얘기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3시간 가까이 하는 장시간 토론에 지친 사회자와 독편위원들의 시간을 줄여보자는 ‘간악한’ 의도도 없지는 않았다. 하여튼 그렇게 시작한 24기 독편위의 2번째 회의, 아쉽게 백대현 위원은 이날 평가에 오지 못해 전자우편으로 의견을 보내왔다. 사회자가 좌담을 정리하며 토론에 백 위원의 의견을 더했다. 아, 첫 회의 뒤에 김도연 위원이 기자가 됐다는 소식도 전한다. 을 비평하는 독편위원을 하며 매체비평 하는 매체에 들어갔으니 ‘운명이다’.
경매 vs 기부, 최고의 표지 경합
사회 먼저 칭찬부터 하자. 좋았던 표지 이야기를 말해달라.
이정주 928호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나오는 표지이야기 ‘어떻게 만날 것인가’가 괜찮았다. 독자가 아닌 이들이 보기엔 ‘단일화’를 전제한 맥락이 편파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았다. 대담에 참여한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가 민주당에 일침을 가하는 주장이 일리 있었다.
김도연 927호 표지이야기 ‘경매시장에서 중산층 몰락을 보다’가 인상 깊었다. 익숙한 주제지만 새로운 것을 많이 알려줬다. 경매시장에서도 계급이 생긴다는 얘기가 신선하다. 한 명의 낙오를 한 명이 밟고 올라간다, 몰랐던 얘기다.
황소연: 926호 표지이야기 ‘그냥 기부하게 해주세요’를 꼽겠다. 기부금법 문제를 헌법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 침해와 연계해 해석한 것이 좋았다. 그런데 기사는 좋았지만 표지는 별로였다. 표지 이미지로 나온 해피빈을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 같던데.
장슬기: 아, 그게 해피빈이구나. 몰랐다.
황소연 해피빈 콩 이미지 위에 놓인 칼도 좀….
김도연 싸이와 김기덕 감독을 다룬 929호 표지 이미지도 이미 이들 이야기가 넘쳐나 피로한 상태에서 보니 조금 거부감이 들었다.
황소연 930호 한가위 합본호 표지는 글씨체 때문에 주제와 부제가 눈에 잘 안 들어온다.
사회 아, 여러분 칭찬….
J군 나도 기부를 다룬 기사가 좋았다. 다른 언론에서는 보지 못한, 을 통해 처음 안 사실이다. 입법 사실을 전달해주고 역사·문화적 측면까지 접근해 내용에 깊이가 있었다. 경매 기사는 절반 이상이 하우스푸어 얘기로 채워진 것이 아쉬웠다. 오히려 기사의 분량을 줄이더라도 경매 이야기에 집중했으면 더 설득력이 컸을 것이다.
인기 급상승, ‘세영 스타일’
사회 표지이야기 외에 좋았던 기사는 무엇인가.
이정주 영구임대주택을 다룬 929호 특집 기사다. ‘영구임대주택 단지가 우리 시대의 게토다’를 증명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계층과 섞여서 다양한 문화를 접해야 임대주택에 사는 다음 세대에게도 희망이 생긴다는 메시지가 좋았다. ‘벤츠를 찍어본 사람이 벤츠를 탄다’는 말도 있듯이, 학생이 속한 계급이 아닌 다른 계급의 문화를 접하는 것은 참 중요하다. 이런 접근에 교육 문제까지 더해졌으면 더 좋았겠다.
백대현 929호 세계 ‘를 둘러싼 무지’는 문제의식이 명확히 드러난 기사였다. 다른 매체의 기사는 감독이 누구니 무함마드 묘사가 어쩌니 하는 내용이 전부다. 하지만 이 기사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감독 샘 베실의 정체라든지 다시 더빙한 흔적이라든지 하는 실체에 접근했다. 마치 <pd>을 글로 읽는 느낌이었다. 다른 기사지만, 작가들의 <pd> 정상화를 위한 릴레이 기고도 좋았다.
장슬기 929호 이슈추적 ‘박근혜와 이멜다 마르코스, 소름 끼치는 비틀즈 코드’는 뻔한 주제를 새롭게 접근해서 정치 기사의 평면성을 극복했다. 928호 특집 ‘현대판 연옥의 발명자들’도 좋았다. 흉악범죄를 다룬 기사는 너무 많이 나와서 보통 제목만 보고 안 보는데, 이세영 기자의 기사는 샅샅이 읽게 된다. 글의 서두에 나온 참신한 비유와 이어지는 분석이 남달랐다.
사회 그 기사는 거대한 칼럼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J군 이세영 기자의 예전 글인 노숙인을 다룬 기사와 논리 전개가 비슷하더라. 그런 반복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는 접근이 좋았다. 아쉬운 기사는… 한가위 특집 기사는 맨날 나오는 내용 같다. 차라리 급진적 문제제기를 해보는 건 어땠을까. 명절에 부모님을 꼭 찾아뵈어야 하는지 같은.
김도연 925호 특허를 다룬 칼럼 ‘이원재의 99%의 경제’를 보고 많이 배웠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특허권을 의심하게 했다. 폭력용역 컨택터스를 다룬 칼럼 ‘김동춘의 폭력의 세기 vs 정의의 미래’도 좋았다. 가난한 대학생이 비도덕적인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역사적 접근으로 다뤘다.
황소연 926호 특집1 ‘국세청의 검은 안개 속에서 종교인 소득세 공개의 길을 찾다’에서 고나무 기자의 종교인 세금 관련 소송 경험은 자랑할 만하더라.
백대현 927호 만인보 ‘산업재해 환자에서 그를 돕는 벗 되다’는 사람 냄새가 나는 기사다. 산업재해 환자였던 분이 부족한 제도도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일하는 모습에서 희망을 보았다. 반면 928호 경제 ‘중국 삼성 노동자 “동료 중 15살 노동자 있다”’는 그 의도가 명확지 않다. 15살 노동자를 고용한 삼성이 나쁘다는 건지, 신분증을 속인 중국인들이 나쁘다는 건지…. 물론 한국에서 출발한 글로벌 기업 삼성의 문제이니 중요하지만 말이다.
대나무숲, 유진상가 그리고…
사회 이번엔 표지이야기 비판을 해보자.
J군 싸이와 김기덕을 다룬 기사는, 마지막에 ‘동아시아라는 공동체 차원에서 생각해보자’ 말고는 타 매체와 다른 시각이 부족했다.
이정주 기부 기사는 내 문제로 느껴지지 않았다. 나도 기부를 하지만, 기부금에 어떻게 세금이 매겨지고 어려운 이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 등 과정에 관한 내용이 더 궁금하다. 이런 내용이 있었다면 내 문제로 더 느끼지 않았을까.
장슬기 한가위 합본호의 표지이야기가 아쉬웠다. 분석 자체가 평범하다고 해야 하나. 문재인과 안철수의 차이를 명확히 짚어줘서 명절 때 친지들이 모여 정치 얘기를 할 때 가이드가 됐으면 좋았을 텐데 부족했다. 누구를 선택할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주지 못했다. 칼럼 ‘대선 캠핑’은 짧게 읽어도 기억에 남는데 이 표지이야기는 오래 읽어도 남는 말이 없다.
이정주 전반적으로 정치 기사에 안철수를 너무 많이 다루고, 기획 기사의 구성도 안철수 중심이다.
김도연 안철수 후보에게 정당이 없다는 문제를 더 집요하게 물어야 하지 않나.
J군 기무사 민간인 사찰을 다룬 925호 기획 ‘공조 수사? 공조 사찰!’은 내용은 좋은데 좀 건조했다. 아직도 빨갱이짓을 했으니 감시를 당하겠지, 생각하는 이들이 적잖다. 사찰당한 사람이 얼마나 심리적 고통을 당했는지에 초점을 맞췄으면 더 좋았겠다.
사회 평가가 정치·사회에 집중된 감이 없지 않다. 레드 기획은 어땠는가.
장슬기 930호 ‘아우성 무성한 耳 트위터 대나무숲’을 보고 트위터에 그런 것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몇 개를 팔로어했는데 재미있었다.
황소연 나는 트위터에서 대나무숲을 보고 기사를 봤지만, 마지막 정리가 좋았다. 한국에 가십 매체가 없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었다.
이정주 927호 ‘유진상가, 비루하고 데데한 유신 건축물의 비애’가 좋았다. 우리 동네 건물이라 가끔 가는데, 1층 천장이 왜 높은지 늘 궁금했다. 기사를 보고 의문이 풀렸다. 이런 기사가 레드에 들어가서 더욱 신선했다.
이원재·이창근 vs 박래군·하승수
사회 다른 문화면도 읽을 만한가?
이정주 임지선 기자의 칼럼 ‘곤란해도 괜찮아!’는 누가 봐도 신선하다. (다들 끄덕)
사회 문화 기사에 불만이 없다는 말인가?
(독편위원 모두 끄덕)
J군 다만 톡톡 튄다는 느낌은 부족하다. 영화 기사의 경우, 개봉영화 말고도 현안과 관련된 과거 영화 같은 것을 추천해주면 도움이 되겠다.
황소연 ‘마이 소울 시티’는 콘셉트의 일관성이 부족하다. 누구는 코벤트리의 진지한 평화 얘기를 하는데, 다음에 누구는 꽁치 얘기만 한다. 도시에 집중하는 것인지, 다른 무엇인지, 정리가 필요하다.
이정주 앞에서부터 잡지를 보는데, 김중혁의 만화가 ‘감정이입’ 한 컷으로 바뀌어서 의아하다. ( 앞부분을 넘겨보다가) 편집장 칼럼은 다시 딱딱해지는 경향이…. 잡지의 관문인데 처음에 어렵게 나오면 독자가 겁먹을 수 있다.
사회 한가위 합본호부터 일부 개편이 있었다. 새 연재는 어떤가?
장슬기 강원도 골프장 문제를 다룬 ‘하승수의 오, 녹색!’은 930호 기사 중 가장 기억에 남았다. 노동 중심에서 탈피해서 인권·환경을 보강한 것이 좋다.
백대현: 나는 같은 칼럼에서 부족함을 느꼈다. 최문순 강원지사의 입장이 빠져 있지 않은가. 기득권의 카르텔이 너무 강해서 도지사가 어쩔 수 없거나 설득당한 것은 아닌지. 강원도 골프장 문제에 대한 기사는 가끔 보는데 최문순 지사의 입장이 없다. 그는 과연 사라진 걸까? 궁금하다.
황소연 ‘이원재의 99% 경제’는 그동안 잘 읽었다고 꼭 전하고 싶다.
백대현 ‘이창근의 해고 일기’가 마지막 회라니…. 사실 이 칼럼은 마음 편하게 보기 힘든 내용이다. 내용이 무거워서가 아니라 ‘해고’라는 현실이 주는 중압감 때문이랄까. 보는 나는 해고를 당하지 않았으니까. 다른 형태의 기사로 쌍용차 얘기를 만나길 기대한다.
J군: 개편 뒤에도 20대가 공감할 만한 칼럼이 없다. 대학에 뿌리는 무가지를 보편 패션 관련 기사가 절반인데, 패션 트렌드 기사도 없다.
김도연: ‘박래군의 인권 이야기’를 읽고 낙선운동이 생각나서 찾아보게 됐다. 앞으로 기대된다.
J군: ‘대선 캠핑’처럼 다른 분야 기자들의 후일담도 재미있을 듯하다.
정치 과잉을 경계하며
사회: 다시 전반적 평가로 마무리하자. 제안이 있으면 해달라.
황소연: 내가 대학생이라 그런지 몰라도, 사학재단 문제를 927호에서 초점으로 다뤘는데 이런 문제에 대한 장기적 조명이 있었으면 한다.
J군: 대선 시즌이지만, 의외성 있는 표지이야기를 봤으면 좋겠다. 세대 담론은 어떤가. 보수언론이 거의 정기적으로 세대 담론을 쓰는데, 진보언론은 안 다룬 지 한참됐다.
김도연: 925호 특집 ‘신한은행 사장 몰아내기 시나리오’는 조금 어렵지만 정말 중요한 기사다. 대선 국면에도 기업 고발 기사를 놓치지 말아달라.
이정주: 표지 제목의 ‘낚시성’이 부족하다.
장슬기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모아서 책으로 내면 대박 날 것 같다.
J군 내가 보낸 질문이 나온 적 있다. 기자들이 재미있게 쓴다.
사회 책으로 내자는 제안이 있어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번 독편위 회의는 칭찬으로 끝나서 다행이다.
사회·정리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p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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