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에서 실시한 실험 얘기로 시작할까요. 스탠퍼드대학의 로버트 서튼 교수가 부사장과 팀원 5명으로 구성된 집단에 20분간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하라고 했답니다. 그 모습을 영상으로 찍었고요. 회의가 끝난 뒤 부사장(리더)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의 발언 비중(점유율)은?” “팀원의 발언을 당신이 가로막은 횟수는?” “당신의 발언을 팀원이 막은 횟수는?” 부사장은 “약 25% 수준” “ 3회 정도” “3∼4회 정도”라고 답했지요.
녹화한 영상으로 분석해보니, 실제로는 부사장이 회의 중 65% 이상을 독점 발언했고 팀원의 발언을 20회 이상 가로막았으며 그의 발언을 팀원이 가로챈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동일한 실험이 여러 번 반복됐는데,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간단히 말해, 높은 분이 회의를 길게 하는 이유는, 그 사실을 그분이 모르기 때문입니다. 회의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말하고 아랫사람의 말을 수시로 가로막고 있다는 걸, 불행히도 아랫사람만 인식하고 있습니다.
높은 분이 말을 많이 하고 부하 직원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의 저자인 신인철씨는 “존재감을 인정받고 싶다는 의지”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자신의 특권이자 능력이며 이를 자주 적극적으로 발휘해야 최고경영자(CEO)라는 자신의 지휘와 직책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는 겁니다. 높은 연봉과 막중한 책임, 권한을 움켜쥔 높은 분은, 차별화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독불장군으로 변해간다는 거죠. 또 “아랫사람을 통제해 자신의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고 힘을 발휘하고 싶은 욕구”도 있답니다. 영화 에 나오는 마법사 간달프처럼, 백마를 타고 나타나 패색이 짙은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반전의 주인공을 꿈꿉니다. 누구나 CEO가 되면 이런 유혹에 흔들리게 된답니다. 결국 ‘높은 분’이 문제가 아니라, ‘높은 자리’가 문제인 셈입니다.
이렇게 표현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다행인 점’은 말을 많이 하는 높은 분은 그 자리를 길게 유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이 말하는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황금비율이 ‘7:3 법칙’이기 때문이죠. 대화 시간의 70%는 상대의 말을 듣는 데 쓰고, 내가 말하는 데는 30%만 사용하라는 뜻입니다. 대화기법으로는 질문을 던져서 상대가 말하도록 유도하라고 하고요.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가 “과거의 리더는 지시하는 사람이지만 미래의 리더는 질문하는 사람”이라고도 말하는 이유입니다. 회의 시간에 혼자 떠드는 높은 분은 의사소통에 실패해 결국 리더로서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고 당장 회의 시간을 짧게 줄이고 싶다고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복사해 그 높은 분의 책상 위에 살짝 올려놓으면 어떨까요? 물론 아무도 모르게 말입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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