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C21A8D">한가한 날에 TV를 틀면 딱히 볼 게 없어 언제나 영화를 보게 되는데요. 틀어주는 영화가 몇 달이 지나도 비슷비슷한 거까진 이해하겠는데, 왜 맨날 같은 부분만 계속 보게 될까요.(이지원)</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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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습니다. 저 역시 채널을 돌리다가 영화 의 몇 장면과 자주 마주쳤던 것 같습니다. 영화의 주인공 고니가 도박판을 어슬렁거리는 장면이나, 막판에 아귀와 선실에서 승부를 가리던 장면은 지금도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의 다른 기자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출판사진부의 박승화 선배는 대뜸 “그 질문, 혹시 우리 와이프가 보낸 거 아니냐”고 묻네요. 흠, 독자님이 혹시 형수님? 아니라는군요. 윤운식 사진부장은 영화 에서 우마 서먼이 노랑 추리닝 입고 적들을 베는 장면을 자주 봤다고 거드십니다. 사람마다 ‘영화 궁합’이라도 있는 걸까요. 옆자리 정은주 기자는 영화 , 오승훈 기자는 의 몇 장면이 끈질기게 좇아다닌답니다. 김남일 기자는 의 한 장면을 말하는군요. 장면 내용까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요.
왜 그런 걸까요. 서울의 한 대학 심리학과 교수님께 전화를 돌렸습니다. 잠시 생각을 하더니, 말씀하십니다. “그냥 우연의 일치 아닌가?” 다른 심리학과 교수님은 매우 ‘비심리학적’인 짐작을 해주셨습니다. 말하자면 ‘프로그램 편성론’입니다. 일단 영화 케이블 채널에서는 주말과 평일 시간대별로 시청자 특성에 따라 인기 영화를 편성할 겁니다. 사람들도 각자의 생활 리듬에 따라 텔레비전을 주로 시청하는 시간대가 있을 겁니다. 한 사람이 같은 영화를, 그것도 비슷한 대목에서 반복적으로 시청할 확률이 높은 거죠. 그러니 정말 보고 싶은 영화의 앞부분은 맨날 놓치는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케이블 채널 OCN에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홍보를 담당하는 이아사씨께서 시간을 좀 달라고 하더니, 아예 회사에서 취재를 한 모양입니다. 답이 돌아왔습니다. 시청자가 특정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시청을 해도, 같은 영화를 자주 볼 확률은 적답니다. 방송사는 영화를 시간대를 바꿔서 내보내는, 이른바 ‘순환 편성’을 한다는군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시간대에 따라 영화 장르가 비슷할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랍니다. 따라서 비슷한 설정과 장면이 동일 시간대에 등장할 확률은 높다는군요. 그런 편성이 시청자의 인식에 영향을 끼칠 개연성은 있다는 거지요. 말하자면 일종의 ‘착각’이 작용했을 수도 있는 겁니다.
옆에 있던 정은주 기자도 흥미로운 설명을 내놓습니다. 우연히 같은 장면을 계속 보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장면이기 때문에 반복해서 본다는 것이지요. 텔레비전을 볼 때 수십 번씩 오가는 채널과 프로그램 속에서 어느 영화를 반복적으로 시청했고 그걸 기억할 정도였다면, 그 장면이 그만큼 인상적이었다는 뜻이겠지요. 물론 또 하나의 추측일 뿐입니다. 아마도 여러 어림짐작 사이 어디쯤에 답이 있지 않을까, 다시 또 짐작합니다.
김기태 기자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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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9일 한겨레 그림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