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남에게 물어보지 그러셨어요? 하하하. 만약 그랬다면 애정남은 뭐라고 답했을까요? 소심한 사람이 ㅎㅎㅎ하면 히히히이고, 대범한 사람이 ㅎㅎㅎ하면 하하하라고 답했을까요?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였을까요? 대범한 척하지만 은근 소심한 사람의 ㅎㅎㅎ는 헤헤헤라고요. 헤헤헤.
나만 혼자 재밌나요? 음…, 먼저 국립국어원 가나다전화에 문의를 했습니다. “ㅎㅎㅎ는 하하하인가요, 히히히인가요? 그리고 ㅋㅋㅋ는 크크크인가요, 카카카인가요? 하하하.” 근데 왜 이렇게 하하하하냐고요? 사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취재할 때마다 느끼지만 이때가 제일 얼굴이 화끈거리거든요. 생면부지의 전문가들에게 다짜고짜 전화를 해서 “겨드랑이 털은 왜 곱슬이냐?” “왜 똥꼬에도 털이 나느냐?” “뺑덕 어멈은 뺑덕이의 어멈이냐, 그냥 뺑덕 어멈이냐?”따위의 질문을 던진다고 생각해보세요. 이런 생뚱맞은 질문을 웃지도 않고 진지하게 물어보면 ‘돌+아이’ 취급받기 딱 좋거든요. 그래서 그냥 웃지요. 그럼 질문받은 전문가들도 대부분 같이 웃는 상황이 대략 5초간 이어집니다. 각설하고.
상담원께서는 웃지도 않고 건조하게 답을 주셨습니다. “ㅋㅋㅋ나 ㅎㅎㅎ는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단어라서 그 유래를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웃음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의 초성만 떼어서 만든 인터넷 채팅 언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 네….” 결론적으로 ㅋㅋㅋ나 ㅎㅎㅎ의 공식적인 유래는 알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애정남이 정해드릴 수밖에요.
여기서 끝을 내면 결코 ㅎㅎㅎ할 수 없는 상황인지라 고민하고 있는데, 옆자리 정인환 기자가 하나 던져주고 가네요. 자신이 2006년에 쓴 기사에 북한에서도 ㅎㅎㅎ를 채팅 언어로 쓴다는 내용이 있다네요. 이럴 땐 날름 주워먹는 게 상책입니다. 검색해보니 608호 사람과 사회에서 “박동지가 누구야요… 미안 ㅎㅎ”이라는 제목의 쪽기사가 나오네요. “4월20일 오전 평양 시내 중심가 인민대학습당에서 뜻밖의 장면을 목격했다. 북한이 자랑하는 최고의 공공도서관이자 평생교육원인 그곳 컴퓨터실에서 한 젊은이가 채팅에 열중하고 있었다. 웃음을 뜻하는 ‘ㅎㅎ’은 남이나 북이나 한결같이 사용하고 있었다.” ㅎㅎ는 남북 공통의 채팅 언어였던 것입니다. ㅎㅎ가 이럴진대, ㅋㅋ도 남북 공통 채팅 언어일 개연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한민족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오라 남으로, 가자 북으로!’라는 슬로건은 채팅 공간에선 ‘오라 ㅎㅎㅎ, 가자 ㅋㅋㅋ!’로 바꿔도 무방할 듯싶다고, 대범한 척하지만 은근 소심한 ○ 기자는 헤헤거립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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