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앤올룹슨의 이어폰 ‘에이(A)8’(26만원)은 인기 프로그램 < 나는 가수다 >에서 박정현이 끼고 무대에 올라 ‘박정현 이어폰’으로 유명해졌다.
이 질문을 읽고, 저도 슬며시 가방을 뒤졌습니다. 이어폰을 꺼내봤습니다. 이 글을 쓰기 몇 시간 전까지 이어폰을 끼고 있었습죠. 그 몇 시간 동안에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두둥. 매듭이 하나도 안 생겼네요.
디시인사이드의 ‘이어폰·헤드폰 갤러리’에 들어가봤습니다. 의외로 줄엉킴에 대한 불만글은 없더군요. 4월28일 아이디 ‘5불’님이 ‘이어폰 줄은 도대체 어떻게 정리하는 게 좋은가요?’라는 글을 올리셨네요. “개인적으로는 소× 이어폰을 사면 같이 들어 있는 줄감개가 마음에 들었는데 그것 때문에 소× 이어폰 하나 사기도 그렇고… 테이프로 고정해서 다닌다는 형들 있는데, 대부분의 형아들은 이어폰 줄 정리 어떻게 하고 다니나요?” 역시 줄엉킴은 이어폰 유저들의 공통 고민이었던 겁니다.
이제 다시 독자님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질문을 다시 읽어보니 독자님은 심정적으로 ‘자연매듭설’에 경도돼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일종의 ‘프로이디언 슬립’(Freudian Slip·은연중에 속마음을 드러내는 실수)인데요, 독자님은 ‘스스로 엉킨다’고 표현하셨죠? 이미 독자님 뇌리에는 ‘자연매듭설’이 박혀 있는 겁니다. 19세기 생물학 논쟁의 ‘자연발생설’을 떠올리게 하는군요. 자연발생설은 이미 비과학으로 판명됐습니다. ‘적당히 예쁘면 가만있어도 남자가 접근해온다’는 ‘남자자연접근설’만큼 위험한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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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제가 시키는 대로 해보세요. 이어폰을 정리하지 말고 책상에 가만히 두세요. 그 상태로 이틀 뒤에 가보세요. 그래도 매듭이 있을까요? 독자님이 이어폰을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고 사러 서점도 가고 보려고 주머니 속 스마트폰도 뒤적거리고 그러다 한 부 더 사러 또 서점 가고, 그러다가 이 다 팔려서 옆에 있는 가판대로 뛰어다니는 등등, 심하게 움직입니다. 그때 이어폰의 헤드 부분이 줄 사이사이를 넘나들 확률이 높아지지 않겠어요?
특히 줄이 문젭니다. 옛말에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했습니다. 제 말이 안 믿기면 당장 갖고 계신 이어폰을 가위로 잘라서 15cm 길이로 바꿔보세요. 정리 안 하고 가방에 넣은 다음 ‘야마카시’(도시 구조물을 이용한 달리기)를 15시간 하셔도 매듭이 없을 겁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이어폰 줄감개’ 제품이 있는 겁니다. 소니코리아는 “이어폰이 자주 엉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납작한 형태의 플랫 코드를 사용해 꼬임을 방지하고 있다”며 “간편한 휴대를 위해 코드 조절이 가능한 줄감개를 기본 구성품으로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세상에 저절로 되는 일은 없습니다. 헐, 쓰다 보니 ‘저절로’ 심리상담글이 되어버렸네요(앗, 프로이디언 슬립입니다. 상담해주기 병…).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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