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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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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은 매주 목·금요일이 바쁘다는데 사실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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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2-03-01 14:11 수정 2020-05-03 04:26

남편 X는 매주 목·금요일만 되면 바쁘다는 핑계로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옵니다. 마감인 건 알겠는데 과연 그렇게 바쁜가요? 술 안 마시면 좀 덜 바쁘지 않을까요? (X기자보다 술 덜 좋아하는 와잎)

<한겨레21> 탁기형

<한겨레21> 탁기형

먼저 반갑습니다, 와잎님. 그동안 ‘X기자 부부의 주객전도’에서 보여주신 엄청난 내공과 활약(?)에 주당의 한 사람으로서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X를 대신해 답을 드립니다. 목·금요일에 바쁜 거 맞습니다. 술 좀 덜 먹으면 덜 바쁜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마감 뒤 맥주 한 잔이 없다면 그 전쟁을 매주 치를 자신도 없습니다. 와잎님이 깊이 공감하시리라 믿습니다. 다음은 기자들의 일주일입니다. X기자의 귀가 시간과 잘 체크해보세요.

월요일, 주말을 보낸 기자들은 또 한 주의 기사 아이템을 찾아 오전부터 분주합니다. 오후 3시께 편집장의 주재로 전체 회의를 합니다. 오전에 기자들이 각 팀장에게 보고한 기사 아이템을 편집장이 수합해 나눠줍니다. 아이템을 발제한 기자들이 간단히 취지와 의미와 배경을 설명합니다. 기자들은 남의 아이템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이미 나온 얘기다’ ‘얘기(기사) 안 된다’… 상대를 찌르는 말의 칼이 난무합니다. 전체 회의에 이은 팀장 회의 뒤, 대략적인 지면 계획이 나옵니다. 월요일은 술 약속이 가장 많은 날입니다. X기자도 이날 술 약속을 잡습니다.

화요일 오후, 어제 마신 술을 저주하며 취재에 들어갑니다. 화요일 저녁에는 주로 취재와 관련된 약속을 잡습니다.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술도 한잔 걸칩니다.

수요일 오전, 마음이 급합니다. 마감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수요일은 저녁을 회사 앞에서 먹고 밤까지 취재를 합니다. 수요일 밤, 몇몇 기자들은 회사 앞 술집에 흩어져 ‘소폭’을 말아 마십니다. 많이 마시지는 못합니다. 내일은 마감이기 때문입니다.

목요일 오전, ‘한겨레21부’에 와서 말을 걸면 아무도 대답하지 않습니다. 기자들은 각자의 전쟁을 치르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팽팽한 긴장감 사이로 키보드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 요란합니다. 밤새우는 기자들도 있고, 몇 명은 일을 싸들고 귀가합니다.

금요일은 일주일 가운데 가장 바쁜 날입니다. 하루 종일 기사가 쏟아지고, 그 기사를 앉힌 대장이 수시로 내려옵니다. 마감을 한 기자들은 회사 앞에서 대장을 기다리며 술을 마십니다. 그렇게 모든 기사가 최종 마감이 되는 시각은 보통 새벽 3시. 편집장과 마감이 늦은 기자들은 회사 앞 호프집에서 한 주의 고난(?)을 위로하며 소폭을 말아 마십니다. 그러고는 고단한 몸을 이끌고 새벽 4시30분께 귀가를 합니다. X기자가 매주 이보다 더 늦었다면 일보다, 술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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