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독자 여러분, 사랑하는 재외 독자와 북녘 독자 여러분, 설날에 세뱃돈 좀 받으셨습니까. 올해 설 퀴즈큰잔치 선물 콘셉트는 ‘자양강장’이었습니다. 유현미 독자님은 “저도 재미 좀 보잔 말입니다~ 당첨이 바로 자양강장제!”라고 화답해주셨습니다.
그러나 퀴즈 정답자를 발표하며 사과 성명도 함께 발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응모에 참여하셨습니다. 지난 추석 퀴즈큰잔치 때 전두환 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우표를 붙여 응모하신 독자님처럼 재응모하신 독자도 많았습니다. “지난번에 전두환 우편 테러를 해서 많은 기자분들께 정신적 충격을 안겨드린 점을 사죄하는 뜻으로 이번에는 안구를 정화할 수 있는 우표들로 응모합니다”라고 심심한 사과의 뜻을 밝히셨네요. 덕분에 곤충, 씨름도, 닭 그림을 보며 눈이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풀 때마다 짜증이 났다”(노성훈 독자)거나 “이번 퀴즈는 최고의 난도입니다. 이렇게 힘든 적이 없네요”(조상진 독자)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습니다. 응모엽서 수도 지난 추석 퀴즈큰잔치 때에 비해 조금 줄었습니다. 고백합니다. 매번 수능시험 때마다 언론이 내보내는 단골 기사가 있습니다. ‘올 수능도 난이도 조절 실패’ 기사죠. 그때마다 출제위원들이 문제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지난 퀴즈 때 멘사 퀴즈가 너무 쉽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왔습니다. 멘사코리아 쪽에 “난도를 아~주 조금만 올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문제를 받아들고, ‘아주 조금 난도가 높아진 문제’라고 생각했죠. 다소 불친절한 문항도 있었습니다. 멘사 퀴즈 4번 문제는 힌트가 외려 장애물이 되었습니다. ‘첫 출산’이라고 쓸 것을 ‘출산’이라고 적어 혼란을 드렸습니다. 물론 절대적으로 도덕적인 출제였습니다. “틀린 문제도 맞게 해주세요”라는 권태양 독자의 대통령님스러운 요구에도 굴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난이도 조절 실패를 인정하고 물러나겠습니다. 저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출제위원장에서 사퇴하겠습니다. 아무리 사람들이 저를 찾아도 다시는 출제위원장을 노리지 않겠습니다. 다만 95분의 독자님의 자양강장에 이 도움을 드렸다면 그것으로 영광입니다. 교도소 수감자이신 독자님에게도, 임신하신 뒤 태교를 퀴즈풀이로 갈음하신 독자님에게도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출제위원장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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