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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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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외국 공관의 휴일은 우리나라 기준인가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등록 2012-02-01 10:45 수정 2020-05-03 04:26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 공관들은 자국 기준으로 휴일을 쉬나요, 우리나라 기준으로 쉬나요? 아니면 둘 다 쉬나요? (anonymo)

그들은 다 쉰다!? 풍문으로 돌던 말입니다. 외국 공관 직원들은 본국 휴일도 놀고, 우리나라 휴일도 논다는 것이지요. 맞을까요? 주한 외국 공관에 전화를 돌려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단 외국 공관은 주재국의 휴일은 지킵니다. 단, 본국 휴일을 지키는 기준은 나라마다 천차만별입니다. 먼저, 일본 대사관에 물었습니다. 일본 대사관은 역시 우리나라 휴일만을 기준으로 쉽니다. 보너스는 있습니다. 해마다 12월29일∼1월3일은 휴가를 받는다고 하네요. 부럽습니다. 또 덤으로 해마다 하루 정도는 휴일을 더 받습니다. 지난해에는 ‘쇼와의 날’인 4월29일 대사관이 쉬었습니다. 쇼와의 날은 고 히로히토 일왕의 생일입니다. 올해는 11월23일 ‘근로 감사의 날’이 휴일입니다. 덤으로 쉬는 휴일은 해마다 다르다는군요.

미국 대사관은 단순 명쾌합니다. 두 나라의 휴일을 모두 쉽니다. 유럽 쪽도 비슷한 듯합니다. 스웨덴 대사관도 본국과 우리나라의 휴일을 모두 쉽니다. 마냥 부럽네요. 그리스 대사관은 조금 독특하네요. 한마디로 ‘대사님 마음’이랍니다. 그리스 외무부는 나라마다 다른 여건을 고려해서 각국 대사들에게 휴일에 관한 재량을 줬답니다. 그래서 그때그때 다르답니다. 과거 한 대사님은 우리나라 휴일은 쉬고, 그리스 휴일에는 모두 출근하게 했답니다. 다행히도 2009년 부임한 페트로스 아비에리노스 주한 그리스 대사님은 양국의 휴일은 모두 쉰다고 하네요. 대사관 직원들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었겠지요.

아랍 쪽으로 건너가볼까요?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도 한국을 기준으로 휴일을 지킵니다. 물론 덤은 있습니다. 이슬람력의 아홉 번째 달에 진행되는 라마단 기간이 끝나면 2~3일 정도 휴일이 있습니다. 고된 금식을 거친 무슬림들에게는 휴식이 필요하겠지요. 다른 아랍계 대사관 가운데는 무함마드 탄생일이나 국왕 탄생일을 더 챙기는 곳도 있습니다. 궁금한 점은 하나 더 있습니다. 아랍권에서는 휴일이 금요일입니다. 그러면 무슬림인 대사관 직원들은 모스크에 어떻게 갈까요? 사우디 대사관 관계자의 말입니다. “금요일에 대사관 업무를 잠시 접고 모스크에 다녀옵니다.”

아프리카로 건너가볼까요? 나이지리아와 코트디부아르 대사관은 한국과 본국의 휴일을 모두 쉰답니다. 라틴아메리카는 어떨까요? 아르헨티나 대사관도 두 나라의 휴일을 모두 쉽니다. 페루 대사관은 휴일에 인색한 편이네요. 우리나라 기준으로만 휴일을 지킵니다. 단 하루, 7월28일 페루 독립기념일만은 쉽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재외공관은 어떨까요? 외교통상부에 물어보니, 한국의 재외공관들은 각 주재국 기준으로 휴일을 지키되, 세 휴일만은 국내 기준을 따른답니다. 이름에 ‘절’이 들어간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이지요. 설과 추석은? 안 쉽니다. 일합니다. 그렇지만 설을 지키는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는 한국 대사관도 덕분에 쉴 수 있답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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